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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지 않고, 현재를 유지하라


Words by Debika Ray. Photograph by Jo Ann Callis: The Dish Trick, 1985. Courtesy of Rosegallery.

나아가지 않고, 현재를 유지하라


Words by Debika Ray. Photograph by Jo Ann Callis: The Dish Trick, 1985. Courtesy of Rosegallery.

2019년 발표한 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주목경제에 저항하기』에서 예술가이자 작가인 제니 오델은 지속적인 성취의 필요성에 반대를 표한다. “건강과 생태의 맥락에서 억제되지 않고 성장하는 것은 기생적이거나 암적인 것으로 간주된다.”고 그녀는 썼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순환과 재생보다 새로움과 성장에 특권을 부여하는 문화에 살고 있다.” 오델은 오늘날 서구 사회에는 “새로움”이 본질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믿지 못할 정도로 빠르다고 주장한다. 1  

전통적인 여성과 남성 역할을 보는 관점에서 드러나는 이분법은 성적 차별의 특징을 담고 있다. 육아, 살림, 청소, 돌봄과 같은 반복적인 활동은 모두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은 일로 여겨지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설사 보수를 받는다 해도 매우 적은 수준이다. 한편, 남성들은 건설, 싸움, 발명, 탐험과 같은 행동하고 움직이는 영역을 지배한다.

새로움에 대한 이러한 굶주림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만들어냈다. 예컨대, 도시 개발은 무너지고 다시 건설하는 과정을 찬양하는 행위로 간주되며, 지구를 위해 건설을 자제하고 기존 건물을 재생해야 하는 시급한 필요성은 도시 조성 과정에서 부차적인 관심사로 밀려났다. “아직까지 유지관리를 다루는 어휘도 없고, 논의 자체도 쉽지 않다. 조금도 멋진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MOS건축의 공동 창업자이자 『유지관리 건축』(2016)의 저자인 힐러리 샘플은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것이 낡으면 유지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유지관리는 실용성과 환경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샘플은 말한다. “만약 건물을 유지관리하는 사람들이 그 안에 더욱 특별한 공간을 갖는다면, 사용자들이 그 안의 공동체와 맺는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공유의식이 생겨날 것이다.” 나중에 누가 청소할지 고민하는 대신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단순한 행위가 시스템을 지속할 방법에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그녀는 믿는다. 다시 말해, 협력을 통한 유지보존은 공동체의 핵심요소인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특권 성장 문제를 무시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가 성장을 멈추었던 2020년 여름, 세계 경제의 맥박인 GDP가 곤두박질쳤다. 우리가 쇼핑하고, 먹고, 생산하고,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으면 경제 모델의 근간이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면서, 정부는 생명을 구하려 노력할 것인지 소비 엔진을 재가동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간병인, 식품과 의약품 공급자, 공공시설과 기술이 작동하게 하는 사람들 같은 유지관리자들이라는 사실 또한 명확해졌다. 2 정상적인 환경으로 돌아오면, 공중화장실을 자주 청소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던 시대를 기억할까?

 

NOTES

1. 오델은 일부 예술가들의 유지관리 작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의 작품을 든다. <터치 새니테이션 퍼포먼스>(1979-80)에서, 그녀는 11개월에 걸쳐 뉴욕시 위생관리과 직원 8500여 명 모두와 한 번씩 악수했다.

2.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동안, 영국인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 집 밖에서, 핵심 인력들(의료 및 응급서비스 종사자, 청소부, 폐기물 수거업자, 우체부 등)에게 박수를 보내는 “클랩 포 아워 케어러스” 캠페인을 통해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시했고, 수백만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NOTES

1. 오델은 일부 예술가들의 유지관리 작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의 작품을 든다. <터치 새니테이션 퍼포먼스>(1979-80)에서, 그녀는 11개월에 걸쳐 뉴욕시 위생관리과 직원 8500여 명 모두와 한 번씩 악수했다.

2.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동안, 영국인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 집 밖에서, 핵심 인력들(의료 및 응급서비스 종사자, 청소부, 폐기물 수거업자, 우체부 등)에게 박수를 보내는 “클랩 포 아워 케어러스” 캠페인을 통해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시했고, 수백만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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