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CGI 모델의 잠재력 가운데
극히 일부만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더 디지털스〉가 모델들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과장이다. 윌슨 자신이 그렇게 믿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과연 그런 상황을 원할지 모르겠다. 3D 모델은 앞으로도 인기를 더해가고 사용자를 늘려가겠지만… 소비자는 틀림없이 실제 사람, 실제라고 알고 있는 사람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2018년부터 윌슨과 〈더 디지털스〉를 대변한 인플루언서 에이전트 제니퍼 파월은 CGI 모델을 인간 모델과의 관계에서만 바라보면 오히려 그 활용 범위를 제한하게 된다고 본다. “직접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에만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CGI 모델의 잠재력 가운데 극히 일부만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디지털 인플루언서로서의 역량도, 3D 디자인을 하는 브랜드의 업무 흐름과 디자인 과정,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홍보 등에 기여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윌슨에 따르면 〈더 디지털스〉 업무의 60퍼센트는 3D 이미징 소프트웨어로 패션 브랜드에서 시제품을 디자인할 때 내부적으로 사용할 가상 핏 모델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샘플 생산 과정에서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쓰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우리가 진짜 모델들을 퇴출시킨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은 많은 회사에서 그저 따분한 내부용 시각화 같은 작업을 위해 CGI 모델을 원할 뿐이다. 의류 제작에 이용되는 3D 마네킹도 있지만 사실성의 측면에서 완성도가 별로 높지 않다.”
그가 보기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여행과 모임에 제한이 생기자 브랜드들은 기존 화보 촬영과 패션쇼의 대안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 “업계 내에서 3D의 도입이 가속화되었다”. 그리고 〈더 디지털스〉는 봉쇄령으로 온라인 소비가 사상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여름에, 극비로 진행 중인 협업을 통해 전자상거래에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경우 현장 촬영보다 훨씬 비싸고 느리다. 하지만 혁신적이다. 과거에는 불가능하던 방식으로 작업하고 형상화할 수 있다.” 윌슨이 설명한다.
패션 블로거 브라이언보이와 신시어리 줄스 등 인간 고객을 보유한 파월은 패션 브랜드들이 광고에서 인간을 CGI로 전면 대체하는 것보다 “색다른 아티스트들과 색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본다.
사실 브랜드들은 이미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 모델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4 작년에는 닉 나이트가 제작한 〈버버리〉 광고 동영상에 켄달 제너의 CGI 버전이 출연했다.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이리나 샤크, 이만 하맘은 모두 가상 스타일링 게임 ‘드레스트Drest’에 자신의 디지털 아바타 사용을 허락했다.
“그냥 다른 종류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파월이 말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그것들이 진짜인가? 아니다. 하지만 그 스토리텔링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나? 나는 CGI 모델들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