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심리학자 엘리어트 자크는 55년 전에 ‘중년의 위기’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 말은 이 용어 자체가 위기를 겪을 나이가 됐다는 뜻이다. 오늘날 중년의 위기는 진지한 심리학적 주제라기보다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대중문화 곳곳에서 이 용어를 마구잡이로 가져다 붙이고 있다. 「사이드웨이」,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아메리칸 뷰티」 같은 영화에서처럼 우리는 중년의 위기를 생각할 때, 인생에서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여 급속히 사라지는 젊음, 피할 길 없이 점점 다가오는 죽음, 그동안 이룬 성과가 없다는 허망함 등에 맞서는 중년 남성을 떠올린다. 그는 꿈을 좇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멋진 차와 세련된 옷을 사거나, 젊은 연인을 만나려고 오래된 관계를 떠나는 식으로 과거의 결정이 만들어낸 경로를 바꾸고 자신의 젊음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한다. 변화보다는 연속성에 대한 반응을 뜻하는 중년의 위기는 주로 남성과 연결된다. 아마도 과거에 여성보다 남성에게 삶의 궤적을 잘 통제할 권력이 주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성별과 관계없이 중년이 심리적 격변을 겪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젊음을 숭배하고 임의의 목표를 끊임없이 추구하도록 몰아 부치는 우리 사회의 압력 때문에 인생의 실망스러운 현실을 마주한 사람은 누구나 쉽게 무너지는 것이다. 개인의 위기는 어떤 종류가 됐든 다면적이고 다양하며 그 해결책은 복잡하고 구체적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모든 사람은 자신의 젊음이 사라지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문제는 젊은 시절을 우아하게 되찾을 수 있는가이다. 날마다 새벽 네 시까지 클럽에서 광란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직장에서 중요한 직책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개인의 의무를 지키면서 극심한 아드레날린을 요구하는 새 취미를 가질 수 있을까? 물론 대답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하지만 그런 삶에 뛰어들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때는 중년 자체가 문화의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크의 이론이 발표된 1965년 이후로 전 세계의 기대수명은 55세에서 72세로 치솟았다. 서유럽(중년의 위기라는 개념이 탄생한 곳)에서는 80세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들 여러 국가에서 대부분의 권력, 경제적 영향력, 주체적 역량을 보유한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중년에 접어들 무렵에 우리는 뒤가 아닌 앞을 내다봐야 한다. 과거에 놓친 것들이 아니라 미래에 놓인 세월과 기회를 보아야 한다. 그러면 위기 앞에서 우리는 젊음이라는 얄팍한 함정에 집착하기보다, 나이를 먹은 후에만 얻을 수 있는 편안함, 안정감, 자기 확신을 추구하고 수용하려는 열망을 느끼게 될 것이다.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어젯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페피 드부아시외는 저녁에 무엇을 했을까? Arts & Culture 리아나 핑크 예리한 시각, 삐뚤삐뚤한 그림체의 만화가 Arts & Culture 파파 에시에두 영국의 연극배우가 새로운 플랫폼에 서다. Arts & Culture 계절 이야기 일상 속 선택적 청취의 수수께끼에 대해서 Arts & Culture 가스 그린웰 「깨끗함」의 작가가 말하는 항상 아웃사이더로 있는다는 것. Arts & Culture 바로잡기 비디오 게임은 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