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원래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려다가 마음을 바꿨다고 들었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전환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
PE: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의학 공부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사실 그 길을 택했어도 아주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 의사들이 하는 모든 행위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고, 나의 기질과도 잘 맞다. 워낙 사람들을 좋아하는 데다 그들과 상호작용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나 그 나이에 자기가 뭐가 되고 싶은지를 얼마나 잘 알겠는가? 그 무렵, 나는 연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해 보이고, 사람들이 박수 쳐주는 게 좋았다. 당시에 내가 연기를 해볼 수 있게 뒷받침을 받은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는 그 선택이 옳았다고 여기고 있다.
PA: 친구 앞에서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오디션을 본 소감은 어땠나?
PE: 미케일라는 내게 중요한 사람이다.2 우리는 드라마 스쿨에서 같은 반에 있었고, 성장 배경도 비슷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대화해본 적이 없었고, 우리 관계는 경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처음으로 일 이야기를 한 곳이 내가 크웨임 역할로 오디션을 보는 방에서였다. 코엘은 감독이었기 때문에 감독답게 처신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PA:연출과 배역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퀴어 배우가 맡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때에 게이 캐릭터를 연기한 기분은 어땠나?
PE: 오디션을 보기 전에도 그랬고, 그 배역을 맡기 전에도 생각을 많이 했다. 미케일라와도 그 문제로 많이 의논했다. 그녀는 그 배역에 대해 다양한 방향에서 많은 사람들을 오디션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봐봐. 크웨임은 자신의 성정체성과의 관계에서 커다란 의문을 지니고 있고, 난 네가 이 캐릭터를 공정하게 대할 수 있다고 믿어.”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 남자를 존중하자고 생각했다. 그의 경험을 얕잡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버리거나, 선정적으로 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입체적인 인물을 창조하는 일이었다.
PA: 연기한 배역 중에 ‘이 사람이 정말 좋아.’라고 생각한 배역이 있는지?
PE: 나는 내가 연기한 인물을 모두 사랑하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들을 판단하지는 않아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에서 빌런인 사람은 없고, 나쁜 녀석이 되기 위해 집을 떠나는 사람도 없다. 그들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가족을 부양할 거야.’ 또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될 거야.’
PA: 부모님이 모두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부모의 역할을 해줄 사람들이 없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게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나?3
PE: 슬픔은 황량하고 계속되지만,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변한다. 부모님이 계시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것도 다른 의미를 띠기 시작한다. 그분들이 육체적인 형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통해, 그리고 그분들이 가르친 교훈을 통해 내 안에 계신다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릴 때는 당연히 힘들지만 그건 단지 어려운 결정이어서 그렇다. 부모님이 계시든 안 계시든, 모든 사람은 고군분투한다. 분투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