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 장바구니에 상품이 없습니다.
cart chevron-down close-disc
:
Browse Categories
  • Arts & Culture

토스카나의
카우보이.

사람들이 인식하는 토스카나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지만 마렘마는 여전히 이탈리아에서 관광객이 가장 적은 지역에 속한다.

이탈리아의 거친 마렘마 평원에서, 몇 안 되는 카우보이들은 번개 같은 속도로 소떼를 우리에 몰아넣는다.
글 by Laura Rysman. 사진 by Andy Massaccesi.

마렘마Maremma라 불리는 투스카니 최남단 지역은 여전히 거친 황무지다. 세상에 이 지역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조각 같은 사이프러스 나무 기둥과 정갈한 르네상스식 저택 너머에는 고립된문명사회들이 띄엄띄엄 존재한다. 마을과 마을 사이의 삼림과 습지마다 풀과 나무가 무시무시하게 우거져 있어, 가장 강인한 존재 이외에는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다. 황야가 바다를 만나는 험준한 초원은 가슴이 떡 벌어지고 뿔이 현악기 리라 모양으로 구부러진, 이 지역 토종 소 마렘마나를 먹여 기른다. 오늘날 법정 보호종이 된 이 품종은 고대 에트루리아 농경시대부터 이어진 전통에 따라 ‘부테리butteri’라 불리는 마렘마 현지 목동들의 손에 보호받고 있다.

“이 일은 오랜 세월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테누타 디 알베레제> 목장의 부테로인 스테파노 파빈이 말한다. 이곳은 지금까지 마렘마나 목동을 쓰는 몇 안 되는 목장 중 하나다. “하지만 요즘은 부테리의 자질을 갖춘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파빈이 설명한다. “동물을 자기보다 더 아껴야 한다. 일이라고만 여기지 않고 부테리 생활 자체를 사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힘들 테니까.”

파빈은 고된 노동에 이력이 났다.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말에 올라타 주 6일, 하루 5시간 탁 트인 들판을 전속력으로 달린다. 휴일에도, 비가 쏟아지거나 매섭게 추운 날에도 쉬는 법이 없다. 42.5제곱킬로미터 면적의 <테누타 디 알베레제>는 중세 망루와 우산소나무가 드문드문 서 있는 원시 지형의 목장이다. 파빈은 이곳에 흩어진 마렘마나 400마리와 말 40마리를 같은 조에 속하는 세 명의 부테로 동료와 함께 날마다 이동시키고 보살핀다. 목동들은 우리가 친구를 알아보듯 동물 한 마리 한 마리를 구분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기 때문이다.” 파빈이 말한다.

부테리는 소떼를 날마다 목초지로 몰고 가풀을 먹인다. 봄이면 갓 태어난 새끼에게 꼬리표를 달고 사나운 말을 길들인다. 말 등에서 숱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칠고 힘든 일이다.

파빈의 몸은 세찬 바람을 맞으며 자란 나무처럼 구부정하다. 쉰다섯인 그는 부테리 인생 34년 동안 갈비뼈가 세 번, 다리가 한 번 부러졌다. 척추 연골은 다 닳았고, 연갈색 머리칼은 지난 몇 년 사이 빛바랜 회색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제 코 앞에 닥친, 일반적인 퇴직 연령이 훌쩍 넘도록 말을 계속 타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 삶이 고달프기만 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파빈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특히나 올해처럼 다들 아파트에 갇혀 지내는 시기에 날마다 들판에 나가 말을 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우리는 세상 누구보다 복 받은 사람들이다.” 파빈을 비롯한 부테리들이 타는 마렘마나 말은 흑갈색의 키가 큰 토종이다. 튼튼한 다리로 가시투성이 늪지대를 헤치고 지나가고 넓은 몸통으로 목동의 다리를 안정감 있게 받쳐준다. 생가죽 냄새가 진동하는 작은 헛간에 부테리는 수십 개의 마렘마나 안장을 보관한다. 커다란 야구 장갑처럼 하나하나 꼼꼼히 바느질하고 내부에 말총을 덧댄 안장은 장시간 일하는 기수들의 피로를 덜어준다. 헛간 벽에는 망아지를 길들이는 용도로 쓰이는 타르 입힌 기다란 밧줄과 층층나무를 깎아 갈고리를 연결한 운치노uncino 지팡이가 매달려 있다. 한구석에는 가죽 부츠와 밀랍을 입힌 면 우비도 걸려 있다. 지역 장인이나 부테리의 어머니들이 손수 만든 물건들이다.

수제 장비는 이 전통이 근근이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차세대 부테리를 양성하는 과정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 성비에 변화가 생겨 최근에는 지원자 11명 가운데9명이 여성이었다.)¹ 토스카나 지방정부는 이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1979년에 <테누타 디 알베레제>의 운영권을 인수했다. 1천 킬로그램 이상으로 자라는 거대한 소는 한때 짐을 나르는 짐승으로 이용되었다. 농기계가 등장한 이후로는 유기농 소고기용으로 사육되었지만, 대체로 나이가 들 때까지 이 광활한 마렘마 목초지를 자유롭게 누빈다.

<테누타 디 알베레제>는 방문객을 환영한다. 부테리를 동반하여 들판을 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지만 파빈은 이렇게 경고한다. “관광객도 우리의 작업 일정을 똑같이 따를 각오를 해야 한다.” 아침 6시 30분에 집결해 점심시간까지 말을 타야 한다는 뜻이다. 다리가 아파도 봐주지 않는다. 동물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미국 카우보이가 정복의 상징이라면 마렘마의 부테로는 투스카나의 소떼와 그 반 야생 상태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광야의 수호자이다. 도시의 안락함보다 변화무쌍한 목가적 풍경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힘들긴 해도 분명히 보람 있는 삶의 방식일 것이다. “인생에서 행복해지기란 쉽지 않다. 균형 감각을 찾는 것이 늘 문제다.” 파빈의 파란 눈이 사색에 잠긴 듯 망연해졌다. “하지만 나 홀로 이 경이로운 자연을 지켜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평화로워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1) 토스카나 지방정부의 2개월짜리 직업훈련 과정 ‘부테리의 재발견’은 2 019년부터 시작되었다. 이 힘겨운 훈련에 여성들을 적극 모집한 것은 처음이었다.

(1) 토스카나 지방정부의 2개월짜리 직업훈련 과정 ‘부테리의 재발견’은 2 019년부터 시작되었다. 이 힘겨운 훈련에 여성들을 적극 모집한 것은 처음이었다.

kinfolk.kr은 사용자의 요구에 맞춘 웹사이트 구조화, 웹사이트 트래픽 분석 및 맞춤형 광고 노출을 위해 쿠키를 사용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자사쿠키 정책을 참고하십시오. kinfolk.kr을 계속 사용하시려면 "동의하기"를 눌러 진행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