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A: 한창 연기 수업을 듣던 2014년에 당신은 건축가들의 안식 기간을 지원하는 하버드 대학의 러브 연구비를 받았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본업을 완전히 쉴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
SF: 휴식이 매우 중요했다. 덕분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는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 건축에서 2년간 안식 기간을 얻었다는 것이 내게는 큰 선물이었다.
RSA: 건축에서 얻은 교훈이나 통찰 가운데 연기에 도움이 될 만한 것, 또는 연기를 통해 건축에 도움을 받은 점이 있다면?
SF: 내가 볼 때 둘 다 일종의 관찰 방식에 속한다. 관찰의 결과이자 관찰의 성과이다. 나는 늘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지만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준다. 성공을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팀과 의사소통을 잘 해야 한다. 그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표현할 시간이 없다면 프로젝트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훌륭한 설계가 전부는 아니다. 고객, 협력자, 컨설턴트 등 훌륭한 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릴 때 나는 수줍음이 많아 주로 사람들을 지켜보는 쪽이었다. 점심시간, 저녁 시간, 사회 활동 시간에 나는 침묵을 지킬 때가 많았다. 경청하고 관찰하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RSA: 자꾸 나이 얘기를 하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나이와 노화에 대한 당신의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듣고 싶다.
SF: 언젠가 카를 융이 말하길 마흔 전의 인생은 전부 탐색에 불과하고 진짜 인생은 마흔에 시작된다고 했다. 나한테 딱 맞는 말 같아서 그 글귀를 읽고 무척 기뻤다. 내가 무슬림으로 자라서(독실하지는 않지만 무슬림은 맞다) 그 말이 더 와 닿았다. 이슬람에서도 마흔은 큰 의미가 있다. 「코란」에도 나온다. 양쪽에서 그 말을 듣자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야!’ 이런 느낌이었다.
RSA: 당신은 지금까지 쭉 카이로에서 살았다. 정치적 격변기에 사람들은 개인 생활에서 안전과 위안을 갈망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SF: 그런 케케묵은 통념은 당장 깨부수고 싶다! (웃음) 혼란의 시대는 변화하기 가장 좋은 때다. 이를 테면 나는 지금 여기 브렉시트를 앞둔 런던에 왔다. 지금이 최고의 시기다. 나는 이집트에서 그것을 배웠다. 기회를 발견하는 최적기는 미지의 시대이다. 불확실성이 있으면 무언가를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매우 체계적이라면 뚫고 들어가기가 어렵지 않을까? 어떻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 너무 정체되어 있다면 어떻게 변화를 추구할 수 있을까? 기반이 바뀌고 있다면 자신을 바꿔야 한다.
RSA: 지난 몇 년 사이 당신이 배운 교훈 가운데 큰 변화를 생각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는가?
SF: 나는 인생을 나와 협력할 대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나는 침묵한 상태로 인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인생이 나를 어디로, 왜 데려가고 싶어 하는지 귀를 기울인다. 과거에 나는 좀 더 체계적이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제는 모르는 것이 많다. 처음에는 그런 상황이 불안했다. 지금은 모르는 것이 있어서 더 행복하고, 너무 잘 아는 것이 많아질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