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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사에 얽힌 뒷거래.
글 by Debika Ray. 사진 by Noé Sendas.

책 추천사에 얽힌 뒷거래.
글 by Debika Ray. 사진 by Noé Sendas.

책 추천사는 출판 업계의 과대 광고에 불을 지피는 연료다. 추천사를 쓰는 일부 이름난 작가들이 자신이 추천하는 소설을 읽지도 않는 이유도 납득할 만하다. 몇 년 전 『가디언』에서 소설가 네이선 파일러는 ‘코스타 올해의 책’ 상을 수상한 후 추천사를 써달라는 요청을 42건이나 받았다고 밝혔다. 각각의 요청에는 출판사에서 작성한 민망한 홍보 문구도 따라왔다. 자신들이 쓴 찬양문을 작가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가져다 써주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마케팅 팀에서 나온 문구든, 시간에 쪼들리는 작가가 쓴 문구든 간에, 추천문은 호들갑스럽고 알아먹을 수도 없는 표현이 난무한다. 「앤젤라의 재Angela’s Ashes」를 쓴 프랭크 매코트는 자신이 추천한 세 권의 책 모두 당신을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들 거라 믿는 듯하다. 네 편의 소설을 쓴 니콜 크라우스는 데이비드 그로스먼의 「땅의 끝으로To End of the Land」가 독자를 “해체하고 분리하여 본질이 있는 곳을 어루만진다”고 썼다. 편집자와 상관없이 작가들도 서로의 작품을 더 참신하고 기상천외한 표현으로 묘사하려고 경쟁이라도 벌이는 것 같다.

논란의 미국 학자 카밀 팔리아가 1991년에 남긴 도서 추천사의 관행에 대한 글에는 선견지명이 담겨 있다. “참으로 소름이 끼친다. 당신의 책이 친구들에게 전달되면 그들은 당신의 등을 긁어주고 당신은 그들의 등을 긁어준다. 내가 치명적이라고 생각하는 이 직업의 안일함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물론 은밀하고 무의미한 단어를 습관적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비단 작가들만은 아니다. 내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는 암호는 어느 분야에나 있다. 인사(‘셀프 스타터’, ‘변화의 주역’), 기술(‘생태계’, ‘관념화’) 용어 중에도 흔하다. 결국 암호는 동족 집단을 형성하고 거기에 속한 사람과 속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문지기 노릇을 할 뿐이다. 집단 연대야 나쁠 것 없지만 그것이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희생시킨다면 꼭 그렇지도 않다. 책 추천사는 결국 외부를 향하고, 특정 집단보다는 일반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출판물이 이렇게 업계 전문 용어를 고집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193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조지 오웰은 독자들이 소설을 만날 때 ‘기쁨의 비명’이 안 나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책 읽기를 망설이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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