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 장바구니에 상품이 없습니다.
cart chevron-down close-disc
:
  • Arts & Culture

로봇 춤을 추자

춤추는 인간형 로봇 탐구.
글 by Stephanie d’Arc Taylor.

 

춤은 사랑, 기쁨, 욕망, 예술, 광기 등 인간이 경험하는 감정의 절정을 표현한다. 누군가가 춤추는 모습을 보거나 직접 춤을 추다 보면 다른 방법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 피어난다. 동작과 감정 사이의 이 복잡한 관계는 인간을 규정하는 특징 중 하나다. 그래서 로봇공학을 연구하는 예술가와 학자들은 춤추는 로봇 제작을 중요한 첨단 기술의 한 분야로 여긴다. 인간형 로봇에게 감자 으깨는 일을 시키기보다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세련된 잠재력을 증명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기계 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2020년에 공개한 수준 높은 로봇 무용 동영상은 큰 화제를 낳았다. 로봇은 머리가 하나, 다리가 둘, 팔이 둘이다. 인간의 움직임을 모방하기 때문에 그 로봇들이 우리처럼 춤추는 모습(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춤추는 모습에 더 비슷해 보이지만)이 부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로봇들이 무대에 오르면 뭔가 이상해진다. 개와 뱀을 섞어놓은 듯한 로봇은 섬세한 부레앙쿠루(발레 무용수가 다리를 곧게 편 채 잔걸음을 치는 동작)를 춘다. 캥거루 형태의 다른 기계는 엉덩이춤을 출 줄 안다. 춤추는 로봇에 담긴 묘한 의미는 정교한 프로그램 칩에 머무르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다섯 가지 관점에서 그 문화적 의미를 살펴본다.

 

I.

로봇 의상

양차대전 사이에 설립된 독일의 전설적인 디자인 학교 바우하우스는 여러 학문이 결합된 종합예술 작품 게잠트쿤스트베르크Gesamtkunstwerk를 지향했다. 바우하우스 예술가들의 관심은 회화, 조각, 무용, 타이포그래피 같은 전형적인 예술 분야에 국한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당대의 관심사를 반영해 예술과 기술의 관계를 이해하고 구축하여 인류에 기여할 방법을 모색했다.

1923년에 바우하우스는 형태의 대가 오스카 슐레머를 영입했다. 그의 역할은 주로 무대 연출이었다. 그의 작품에 출연하는 무용수들을 위해 슐레머가 디자인한 의상은 선이 뚜렷하고, 크고, 알록달록했다. 그는 그 의상들을 ‘형태와 색상의 향연’이라 묘사했다. 움직이는 인체의 부드러운 곡선과 결합된 기하학적 의상은 이질적인 형태들을 매끄럽게 연결시킨다. 관객에게 인간과 기계가 별개의 영역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렇게 행복한 결합을 희망하는 슐레머의 시각은 날마다 뉴스에서 인공지능의 침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오늘날에는 고루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슐레머의 의상을 보면서 기술도 재미와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II.

로봇 춤 선생

타인과 몸을 맞대기 싫어서 사교댄스 배우기를 꺼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호쿠 대학교 연구팀 덕분에 이런 소수의 춤꾼 희망자들도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왈츠를 가르쳐줄 로봇이 생긴 것이다.

듣기에 황당하지만 보기에도 어설프다. 세 개의 바퀴로 이루어진 로봇의 다리는 춤을 먼저 시작한 다음 파트너의 동작에 맞춰 움직인다. 바퀴 위에는 일종의 원통형 몸통이 연결되어 있으며, 그 위에는 왈츠를 추는 인간에게 실시간 피드백을 표시하는 화면이 ‘머리’처럼 얹혀 있다. 로봇에게는 두 개의 ‘손’도 있다. 그중 하나를 학생이 잡으면 나머지 하나는 어깨에 놓인다.

춤은 육체적 쾌락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관능적인 예술이다. 신체 접촉이 없는 사교댄스라도 함께 움직이는 경험 자체에 친밀감이 깃들어 있다. 미래에는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서 공감 격차를 어떻게 메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우리의 증손자들은 춤을 로봇과 인간이 처음으로 공유한 경험으로 기억할 것이다.

III.

로봇 무용

케이티 콴은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로봇을 다루어보았다. 로봇을 위해 안무를 하고 로봇과 함께 춤도 춘다. 그녀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춤의 의미는 무엇인가’처럼 그녀가 답을 찾아야 할 의문들은 아직 산적해 있다. 인간의 형상을 따르지 않는 로봇이 존재할 수 있는지도 문제다.

SDT: 인간만이 진정한 의미의 춤을 출 수 있는 존재인가?

CC: 춤은 우주 어디에나 존재한다. 꼭 인체여야 할 필요는 없다. 나의 새 작품은 새와 벌을 비롯해 떼 지어 다니는 온갖 동물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무리를 짓는 것은 매우 간단한 알고리듬이다. 규칙은 이렇다. 첫째, 주변의 신체 감지, 둘째, 동일한 거리 유지, 셋째, 동일한 방향 유지. 화면 속 삼각형들이나 스무 대의 로봇에 이런 규칙을 적용하면 무리가 형성된다. 그것이 춤이다.

SDT: 인간 대신 로봇과 춤을 출 때의 매력은?

CC: 나는 인간을 사랑한다. 하루 종일 인간을 위해 안무를 하고 싶다. 하지만 로봇과 춤을 출 때는 초월성을 느낀다. 시간이 붕괴되는 느낌이랄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흥미로운 과정이다. 평소에 늘 하는 로봇에 대한 분석적 연구와는 다르다.

 

IV.

로봇 춤

당신이 20세기에 마임 학원을 다녔다면 아마도 마네킹 댄스를 배웠을 것이다. 인간형 로봇의 움직임을 모방해 덜컥거리는 듯한 동작으로 구성한 춤이다.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1921년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세계가 자동기계에 매료되면서 이 춤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1970년대에 로버트 실즈가 방송계의 거물 머브 그리핀과 조니 카슨 앞에서 춤을 출 무렵 그 춤의 이름은 ‘로봇 춤’으로 알려졌다.

오늘날, 대중문화라면 덮어놓고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춤은 친숙하다. 꼭 로버트 실즈 때문은 아니다. 잭슨파이브는 1973년에서 대히트곡
「댄싱 머신Dancing Machine」에서 로봇 춤을 처음 선보였다. 막냇동생 마이클이 이어받은 로봇 춤은 그를 대표하는 동작이 되었다. 그의 문워크Moonwalk에도 팝핀과 라킨이라는 로봇 춤의 요소가 반영되었다.

춤으로 따지면 20세기에 마이클 잭슨만큼 상징적인 인물도 드물다. 미래 세대도 틀림없이 그의 춤 동작을 모방할 것이다. 그 말은 우리가 죽기 전에 실제로 로봇 춤을 추는 로봇을 구경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V.

로봇 회의론자

현재 듀크 대학교의 댄스 프로그램 감독인 안무가 마이클 클리엔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무용계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의 도입 가능성을 검토한 최초의 댄서에 속한다. 그는 인공지능과 춤이 미래를 함께할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이다.

SDT: 로봇을 춤추게 만드는 일에 사람들이 그토록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MK: 음, ‘안무’는 춤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이러이러한 동작을 하라고 일러주고 그들이 그에 따라 움직이면 그게 바로 안무다. 물론 이 개념은 로봇에게도 쉽게 적용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우리가 춤을 추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SDT: 그럼 우리는 왜 춤을 출까?

MK: 우리는 춤을 이루는 관념을 무시할 때가 많다. 문화가 다르면 춤도 다르고, 춤추는 상태에 진입하는 이유도 다르다. 정치·사회적 이유, 통과의례, 영적인 이유, 또는 이 모든 이유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사회에서 춤은 일종의 언어다.

SDT: 그러면 로봇은 춤을 추지 못한다는 뜻인가?

MK: 로봇은 춤을 추지 않는다. 춤에 대한 프로그래머의 생각을 보여줄 뿐이다.

Photograph: T. Lux Feininger © The Estate of T. Lux Feininger. Repro: Art-Archives.net (Catalogue Raisonné)

“나는 인간을 사랑한다…하지만 로봇과 춤을 출 때는 초월성을 느낀다.”

Photograph: T. Lux Feininger © The Estate of T. Lux Feininger. Repro: Art-Archives.net (Catalogue Raisonné)

“나는 인간을 사랑한다…하지만 로봇과 춤을 출 때는 초월성을 느낀다.”

kinfolk.kr은 사용자의 요구에 맞춘 웹사이트 구조화, 웹사이트 트래픽 분석 및 맞춤형 광고 노출을 위해 쿠키를 사용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자사쿠키 정책을 참고하십시오. kinfolk.kr을 계속 사용하시려면 "동의하기"를 눌러 진행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