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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친밀한 감각

낯선 이의 손길이 주는 쾌감.

글 by Baya Simons. 사진 by Oye Diran.

테주 콜의 소설 「무방비 도시Open City」에서 우리는 맨해튼을 배회하는 나이지리아 출신 의사 줄리어스를 따라 양복점을 방문한다. “몸 치수를 재는 친숙한 경이로움은 내게 머리를 깎는 이발사나 체온을 재는 의사가 목에 얹는 따뜻한 손길을 연상시켰다.” 그는 이렇게 표현한다. “이는 낯선 이가 자신의 개인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는 드문 경우들이다.” 그가 망설이듯 덧붙이는 “나를 위해서”는 낯선 이의 손길에서 느껴지는 쾌락이 지닌 무언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런 쾌락을 인정하면 우리 삶의 나머지 영역에서 친밀감이 얼마나 부족한지 까발려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즐거움을 흔히 접할 수 있다.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 특정 소리와 경험이 뇌를 간지럽히는 듯한 기분)이라는 유사과학적 현상이 그 매력을 암시한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지닌 프런트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호텔에 체크인하는 것부터 뇌신경 검사를 받는 것까지 온갖 경험이 촉발하는 독특한 감각을 전달한다고 약속하는 동영상은 온라인에서 수억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실제로 「무방비 도시」에 묘사된 경험(재단사, 의사, 이발사 방문)은 ASMR 콘텐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역할극에 속한다.

영국의 신경과학자 프랜시스 맥글론이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놨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자극을 받으면 쾌감을 일으키는 C-촉각 구심성신경이라는 신경수용체가 있다. 의미심장하게도 그것들은 성감대가 아닌 머리, 얼굴, 팔 등에 위치한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이러한 신경에서 얻는 쾌감을 ‘사회적 접촉’이라 부른다.1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하자면, 토닥임을 받던 아기 시절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감각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도 모자라 낯선 사람과의 신체 접촉까지 갈망할까? 『그랜타』 잡지에 실린 중국 문화권의 신체 접촉에 관한 에세이에서 포피 시백 몬테피로리는 이 욕망을 문화적으로 설명한다. 그녀는 중국에는 지금도 존재하는 사회적 접촉 문화가 서양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중국에서 그녀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줄을 서면서 서로에게 스스럼없이 기대는 모습을 보았다. 골치 아픈 성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런 사회적 연결에 대한 욕구를 우리는 ASMR, 이발, 재단사 방문 등으로 채우려 한다. 이런 욕구는 바로 우리가 주변 세계에 친밀감을 느끼고 싶은 충동이다.

( 1 )

동물의 세계에서는 이를 알로그루밍allogrooming이라 한다. 겔라다개코원숭이는 하루 중 17퍼센트의 시간을 자기나 동료의 몸을 핥으며 보낸다. 오로지 청결이 목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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