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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플래시 몹의 쇠퇴

식어가는 플래시 몹의 열풍에 대하여
글 by Allyssia Alleyne. 사진 by Paloma Wool.

지독히 단순한 개념이다. 친구, 친구의 친구,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돌린다. 원하는 사람들이 지정된 공공장소에 모여 마이클 잭슨 추모 댄스, 광선검 결투, 베개 싸움 등 괴상한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행인들을 놀라게 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이 조직적 활동은 단 몇 분 만에 끝난다.

2003년 맨해튼에서 최초의 플래시 몹이 열린 이후, 그 가치와 목적이 대체로 정의되지 않은 10년 동안 이 기묘한 즉흥 행사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을 재미있게 활용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인식되었다.

20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우리는 가상 커뮤니케이션이 갖가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인다. 크리에이터 타일러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서 깜짝 쇼를 발표해 대낮에 런던 모처에 수백 명의 팬을 집결시킬 수 있으며, 홍콩 시위대는 왕왕 플래시 몹 전술을 구사해 경찰을 엿 먹이고 수사를 피한다.

그런데도 플래시 몹 개념이 구닥다리로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인터넷이 더 이상 물리적 교류로 가는 디지털 관문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인터넷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 우리는 전혀 만날 생각이 없는 링크드인 인맥과 트위터 팔로워의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실생활에서의 우정도 와츠앱 채팅, 인스타그램 스토리, 페이스타임 통화를 통해 원격으로 키운다. 이런 환경에서 플래시 몹은 1950년대에 유행하던 공중전화 박스 한 칸에 최대한 많은 사람 욱여넣기만큼이나 후졌다.

플래시 몹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는 뜻은 아니다. 간혹 플래시 몹 스타일의 청혼이나 음악 공연이 뉴스피드에 등장한다. 하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 이런 실제 행동조차도 이제는 온라인 대량 유포를 염두에 둔 기획의 산물이다.

무엇보다 플래시 몹은 웹 1.0 시대에 인터넷을 대하던 태도의 잔재다. 새로운 것이 처음 시작될 때만 존재할 수 있는 소박한 낙관주의와 설렘을 상징한다. 초창기 플래시 몹은 이미지 아카이브와 유튜브 클립으로 명맥을 유지하더라도 그 열정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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