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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제작 중

다프네 데니스가 에르메스가 갈망하던 실크 스카프의 역사를 풀어낸다.
사진 by Marina Denisova.

다프네 데니스가 에르메스가 갈망하던 실크 스카프의 역사를 풀어낸다.
사진 by Marina Denisova.

맨 처음, 누에나방 두 마리가 있었다. 수백 개의 누에고치가 생겨나고, 수 마일에 이르는 실이 풀려나오고, 손쉬운 우아함의 대명사가 될 심플한 액세서리 하나가 태어난다. 바로 르카레(le carre)다.

에르메스가 말한 것처럼 이 회사의 전설적인 실크 스카프의 창조를 둘러싼 이야기는 기본적인 신화와 다르지 않다. 서사적인 러브스토리의 시작은 대단히 고귀한 섬유를 둘러싸고 이루어진다.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으며,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무역 루트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그 섬유다. 비록 이 프랑스 럭셔리하우스가 1837년에 처음에는 마구(馬具) 작업장으로 설립되기는 했지만, 거의 한 세기 동안 비즈니스의 중심 역할을 해온 것은 아이콘이라고 할 35.5인치 정사각형(square, 이하 스퀘어-옮긴이) 실크 스카프였다.

‘에르메스의 실크로드’는 현재 파라나강 유역의 브라질에서 3대째 누에 농사를 하는 이들의 근거지로부터 시작된다. 이곳을 떠난 누에고치가 프랑스에 도착하면 리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제조 공정으로 넘어간다. 리옹은 500년 전, 국왕 프랑수아 1세가 이 도시의 거주자들에게 직물 제조와 교역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한 이래로 유럽 실크 산업의 중심지였다. 리옹과 그 인근 지역은 자연스럽게,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의 손자인 에밀 에르메스의 눈에 들었고, 에밀은 기수들의 재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크 직조의 스타일을 이용하여 트윌(능직-옮긴이) 스카프를 하우스의 카탈로그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이 마구 제작자의 주요 고객은 말과 마차를 소유한 사람들이었지만, 자동차가 파리의 거리를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가족 사업은 가죽 제품, 의류 및 보석 쪽으로 상품 다각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무렵, 에밀은 스카프 부서를 신설하면서 사위인 로베르 뒤마를 예술 감독으로 임명했다. 뒤마는 건축가가 되겠다는 꿈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여의치 않게 되자 자신의 창조적인 안목을 하우스에 쏟아부었다. 실크 인쇄업자들에게서 기성품을 사지 말고 하우스 내에서 스카프의 그림을 디자인하자고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해서 1937하우스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에 에르메스가 디자인한 최초의 카레가 탄생했다. ‘쥬 드 옴니버스 에 담므 블랑쉐(Jeux Des Omnibus Et Dames Blanches-합승마차 귀부인 놀이라는 옮긴이)’ 19세기에 인기를 끈 보드게임으로, 중앙에는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말이 끄는 마차가 바깥쪽 가장자리에 그려져 있으며, 꽤 거들먹거리는 글귀도 새겨져 있다. ‘훌륭한 플레이어는 결코 화를 내지 않는다.’

에르메스는 프랑스에서는 méthode lyonnaise라고 불리는 리옹의 전통적인 평면 스크린 인쇄 기술을 사용한다.

카레 제작은 엄격한 공정을 거쳤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이 일단 피에르 알렉시스 뒤마-<에르메스> 그룹의 예술 감독이며 로베르 뒤마의 손자다-의 승인을 거치면 판화로 제작되며, 여러 프린팅 스크린으로 세분화되는데, 각각이 스카프 패턴의 색 한 가지와 매칭된다. 색색이 실크 위에 차례로 인쇄되고 나면 건조 과정을 거치며, 일일이 손으로 밑단을 감친 후 품질 확인을 한다. 첫 번째 카레가 판매되고서 10년 후, 로베르 뒤마는 자신만의 기술로 오랫동안 인정받아온 두 명의 동업자를 맞이하게 되었다. 인쇄기술자인 아틀리에 AS(Atelier AS)와 직물 판화가 에타블리스망 마르셀 간디트(Etablissement Marcel Gandit)로, 두 사람 모두 리옹 교외의 부르고앙잘리외 지방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이 두 회사는 로베르의 손자와 손잡고 스카프 인쇄 공정의 중심 역할을 계속해오고 있다. 론-알프스 지역에서 약 850명의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는 <에르메스> 그룹 텍스타일 부문인 HTH를 구성하는 8개 회사에 속해 있기도 하다.

HTH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카멜 하마두는 손님맞이의 장인이라 할 만한데, 리옹의 작업실에서 카레 제작의 다양한 공정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그가 강조한 것은 각각의 포지션에 요구되는 장인 정신의 수준이었다. 평균적으로 트윌 스퀘어에는 25~30가지의 색이 들어가며, 경우에 따라 48색으로 제작되기도 한다고 했다. 호랑이 문양의 스카프를 제작하는 재봉사 옆을 지나쳐갈 때 카멜이 호랑이 눈에 깃든 푸른색이 4가지 색조를 띠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눈동자 하나를 위해 별도로 네 개의 프린팅 스크린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층에서는 그래픽디자이너들이 일러스트레이션을 스캔하여 각각의 컬러 패턴을 템플릿으로 분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 다음 이 형태들은 프린팅 스크린 위에 재현된다. 드로잉의 세부적인 수준에 따라 이 단계에만 최대 800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우리에게는 진정한 럭셔리란 시간이에요.”라고 하마두는 말한다. “각각의 단계에 필요한 시간을 모두 더한다고 하면 카레에 생명을 부여하는 데 대략 2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럭셔리의 개념은 <에르메스> 내에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에르메스> 파리는 자체적으로하우스 오브 럭셔리가 아닌 ‘하우스 오브 퀄리티라는 라벨을 사용한다. 하마두의 생각은 ‘럭셔리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퀄리티는 객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품질이란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진정한 럭셔리란 시간이에요.
각각의 단계에 필요한 시간을 모두
더한다고 하면 카레에 생명을 부여하는 데
대략 2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2000년대가 되자, 다른 디자이너들이 프린트를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나선 것처럼, 피에르 알렉시스 뒤마와 발리 바레-<에르메스> 우먼의 이전 예술 감독- 역시 카레에 현대성을 도입했다.

다채로운 스트리트웨어의 레퍼런스를 받아들이면서 부르주아의 틀을 깨버린 것이다. 이렇게 <에르메스>는 항상 당대와의 접점을 추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산업의 변혁을 맹목적으로 따르지는 않았다. 마구 제작자로서, 역사적으로 그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고객이 사고를 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으며, 자신들이 만든 제품은 언제든 수선해주는 것이었다. 오늘날, <에르메스>의 전 창작품 역시 수선을 맡길 수 있다.

‘인간 우선’의 철학은 리옹 작업실의 문화에도 스며들어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프린팅 공정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었지만, 기계는 어디까지나 아르티잔, 즉 장인을 돕기 위한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고 하마두는 설명한다. 컬러리스트의 경우, 새로운 색을 디자인하고(<에르메스>의 컬러 차트는 7만 5천 가지의 다양한 색조를 자랑한다) 새로운 조합을 고안해내는 작업을 할 때 공학 기술을 사용하여 색조를 섞기는 하지만, 정확한 레시피를 작업실의 색을 조제하는 ‘조리대’ 위에 안착시키는 것은 그들의 전문성 덕분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프린팅은 기계로 작동하는 스크린과 어느 시점에 어느 만큼의 물감을 부어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인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정교한 춤이다. 그리고 생산 라인의 마지막에서 스퀘어를 접어 올리는 것은 늘 사람의 손이다.

카레 스토리는 산업화로 인해 시작되기는 했지만, 어느 단계에나 장인의 손길이 깃들어 있다. “파리 쪽에서는 예술적인 측면을 살피며, 우리는 원사에서부터 마무리가 끝난 카레에 이르기까지의 제작 공정을 취급합니다. 그리고 <에르메스>가 유통까지도 감독해요.”라고 하마두가 설명한다. “단일화된 경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식의 통합된 시스템이 직원과 회사 간의 관계를 만들어낸다고 그는 덧붙인다. 그에게는 실크 작업이 진정한 사랑의 수고(labor of love, 보수와 상관없이 좋아서 하는 고된 일옮긴이).

인쇄가 완료되면 각 스카프의 자락을 손으로 감아야 한다. 그 기술은 완벽한 인쇄와 바느질을 필요로 한다.

K43_Cover
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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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가 완료되면 각 스카프의 자락을 손으로 감아야 한다. 그 기술은 완벽한 인쇄와 바느질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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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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