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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궁정광대의 특권

짧게 보는 코미디 로스트의 역사
글 by Annabel Bai Jackson. 사진 by Henrik Bülow. 스타일링 by Camilla Larsson.

 

‘코미디 로스트(comedy roast, 특정 대상을 대놓고 조롱하는 코미디)’의 워싱턴 버전인 2022년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트레버 노아가 처음 한 말은 “저를 감옥에 넣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어요.”였다. 면책이 확실히 보장된 가운데 그날 저녁 노아의 임무는 매년 열리는 이 만찬의 오랜 전통에 따라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조롱하는 것이었다.

노아가 알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교착상태에 가벼운 잽을 날리는 그의 역할은 오늘날 상류사회 만찬이 열리기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궁정광대가 왕과 귀족들을 조롱하고 웃음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궁정광대의 특권’은 광대가 목숨을 내놓지 않고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그들을 비웃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생겨난 개념이다.

궁정광대의 특권은 사실 관대한 지도자들이 정기적으로 주는 선물이 아니었다. 이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 관습은 사회적 위계질서를 전복시키고 대중의 불만을 완화하는 압력 밸브를 열기 위한 정당화된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평민들은 발칙한 유머에 만족하면서 다시 침묵으로 돌아가곤 했다. 러시아의 이론가 미하일 바흐친은 이러한 사회적 전복의 순간들을 이해하기 위한 틀로서 ‘카니발 이론’을 만들었다. 바흐친은 카니발과 같은 축제가 권위를 전복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보았지만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단지 뜨거운 김을 빼는 기능만 가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왕실에서 시작된 이러한 관습은 시상식과 연예인 놀리기 등으로 이어져왔다. 조롱의 대상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그들은 흰 이빨을 드러내며 머쓱해하는 반응이 카메라에 포착되는 고통을 잠시 겪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혜택이 따르는가? 대중에게 그들도 농담을 받아들일 줄 아는, ‘우리와 같이’ 자신을 의식하는 인간임을 상기시켜 줄 수 있다.

정치인이 연예인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오늘날 궁정광대의 특권을 받아들이는 것은 똑똑한 홍보 전략이 될 수 있다. 지미 팰런이 도널드 트럼프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도록 둔 일이나 힐러리 클린턴이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스스로를 희화한 일은 바이럴로 확산될 좋은 기회를 만들어낸다. 위원회 참석이나 정책 발표로는 절대 할 수 없는 홍보 방식이다. 궁정광대의 특권은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 예기치 않은 환경에서 진정성을 확인하고 싶은 대중의 욕구를 해소해준다는 21세기의 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아는 자신의 개그 코너에서 청중들에게 “권력자들을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상기시켰다. 광대에게 한 해 동안의 대가를 지불했으니 권력자들이 앞으로도 무사히 잘 지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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