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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문구 경쟁

인플루언서의 언어에 대하여.
글 by Hettie O’Brien.

소셜 미디어에서 갈수록 흔히 접하게 되는 언어 형식이 있다. 대체로 자기 얘기를 털어놓거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진부한 질문 형태를 취한다. 월요일이 싫은 사람, 손? 오늘 하루 감사한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 당신은 무엇에 빠져 있나요? 이런 문구는 ‘좋아요’와 댓글을 유도하기 때문에 청중의 존재를 가정하지만 목표 청중이 누구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특히 게시자가 파란 체크 표시가 붙은 공인이 아니라 친구 또는 지인인 경우 더욱 모호해진다.

이런 대화 스타일은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처음 나타났다. 그들의 ‘영향’은 프로필이 끌어들인 활발한 커뮤니티에서 비롯된다. 인플루언서는 가정용품, 목욕 제품, 유아복을 판매할 때도 광고 속 배우들보다 믿을 만하다(항상 신뢰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평론가 존 버거는 1972년에 쓴 광고에 관한 에세이에서 이 역설을 이렇게 설명했다. 광고가 “머나먼 바다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즐거움”을 더 그럴듯하게 전달할수록 시청자는 “자신이 그 바다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반면 인플루언서들은 자기와 같은 세계에 사는 실제 인물을 보여주어 이 거리를 압축한다.

지난 몇 년 사이에는 팔아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도 인플루언서식 표현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부쩍 길어진 캡션이 그 증거다.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잉 중인 한 지인은 사진을 올리면서 심오한 진실이라도 드러내는 듯 낯 간지러운 문구를 붙이기 시작했다. 흐트러진 침대 앞에서 흐릿하게 찍은 셀카에는 이런 캡션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흔히 생산성의 관점에서 창조성을 규정하면서 자신을 무리하게 몰아붙인다.” 이 게시물은 31개의 ‘좋아요’를 얻었다.

제품 홍보를 목적으로 탄생한 말투를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물론 광고 속 배우처럼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인플루언서의 언어는 너무 뻔뻔하지 않고 조금은 진실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런 문체의 비현실성이 드러날 때가 간혹 있다. 인스타그램이 지저분한 욕실 사진을 올리는 곳이 아니듯 개인적 문제를 털어놓는 문구도 전혀 호응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이를 테면, 누군가가 사진에 “안 괜찮아도 괜찮아”라는 문구를 붙인다면 형식의 어색함, 즉 실생활에서는 아무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에 더 주의가 쏠리게 된다.

 

 

Photograph: BOCCA® BAROCCA – Performance for Gufram on the 50th anniversary of the BOCCA® sofa, with Elena Rivoltini, directed by Fabio Cherstich.

Photograph: BOCCA® BAROCCA – Performance for Gufram on the 50th anniversary of the BOCCA® sofa, with Elena Rivoltini, directed by Fabio Cherst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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