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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노래

새들의 방식을 이해하는 법
글 by ALEX AND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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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방식을 이해하는 법
글 by ALEX ANDERSON.

봄날 아침, 새의 지저귐보다 좋은 노랫소리는 없다. 울새들은 해가 뜨기도 전 부지런하게 하루를 연다. 맑고 쾌활한 노랫소리로 아직 뉘엿거리는 어둠을 걷어낸다. 곧이어 참새 무리가 수풀 위로 폴짝 뛰어들어 합창하고 까마귀들이 화음을 더한다. 비록 가창력은 조금 달리지만, 딱따구리들은 가로등 기둥과 집 벽을 두드리며 리듬을 얹는다. 그곳이 이집트 카이로가 됐든 덴마크 코펜하겐이 됐든 따스한 해가 떠오를 때쯤 비슷한 합창곡이 들려온다. 정말 평화롭지 않은가?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윽한 공기를 가르며 입구에 들어섰을 때 정작 들리는 소리는 귀를 찢는 괴성과 고함이었다. 행동생물학자 산느 무어만(Sanne Moorman)과 요한 J. 볼후이스(Johan J. Bolhuis)는 설명한다. “새들이 합창하는 진짜 목적은 영역싸움과 짝짓기입니다.” 즉, 수컷 새가 지저귀는 꾀꼬리 같은 소리는 “저리 꺼져!” 혹은 “이리 와!”인 것이었다. 평범한 외침이 아니다. 조류학자들은 새들이 이런 위협과 구애를 위해 평소 에너지의 세 배를 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새들은 울부짖고 있는 것이었다.

소리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수컷들은 짝을 찾기 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새들마다 음조, 억양, 강약을 조절해가며 자신만의 언어로 노래한다. 상황에 맞게 메시지를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오기 직전 어미 새는 “다 물러서!”라고 소리치며 새끼를 지켜낸다.

여러 음절이 합쳐져 구절이 되고 이 구절이 모여 결국 아름다운 곡조가 탄생한다. 새는 온종일, 혹은 계절 내내 노래한다. 몇 개의 음절만으로 단조롭게 노래하는 새도 있고, 아주 복잡한 세레나데를 부르는 새도 있다.

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에는 몸집이 작은, 갈색 털을 가진 숲의 요정 굴뚝새가 살고 있다. 굴뚝새는 북미 지역에 서식하는 여러 종 가운데 가장 복잡하고 화려한 노래로 암컷을 유혹한다. 한 연구에서 생물학자 베아트리스 반혼(Beatrice Van Horne)은 굴뚝새가 각자의 형태와 법칙을 따라서 10개에서 11개의 음절을 합쳐서 노래하는데, 약 327개의 다른 노래를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굴뚝새가 노래할 때 문법의 규칙을 지킨다는 뜻이다. 즉 음절 패턴을 만들어 의미를 전달할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개똥지빠귀와 벵골 되새에 관한 최근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새들은 노래에 진심이다.

이 연구가 알려주는 가장 놀라운 사실은 새소리와 인간의 말이 비슷한 음성 배열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들의 노래가 우리에게 매우 감미롭게 들리는 것이다. 새와 인간은 ‘보편적인 문법’을 공유하는 듯하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자. 나무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울새는 “가까이 오지 마! 꺼져!”라고 지저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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