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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이 주는 즐거움
글 by ASHER 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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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이 주는 즐거움
글 by ASHER ROSS.

어원: ‘츤도쿠(積ん)’는 책을 사는 것은 좋아하지만 쌓아두고 읽지는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다. ‘읽다’란 뜻의 일본어 ‘도쿠(読)’와 ‘쌓다’란 의미의 ‘츠무(積む)’에서 파생된 ‘츤(積)’이 합쳐져 ‘읽을거리를 쌓아둔다’는 의미가 됐다. 이 신조어는 19세기 한 신문에서 처음 쓰인, 운율을 살린 말장난 같은 단어다.

의미: ‘츤도쿠’는 일본에서는 딱히 부정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발랄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주제와 내용을 알 수 없는 펼쳐보지 않은 책들이 위태롭게 쌓여 있다. 미니멀리즘은 아름답다. 소유욕의 충동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주 현명한 일이다. 하지만 서재는 예외여도 된다. 박식한 사람은 알고 있다. 그들이 사실은 세상 이치에 매우 어둡다는 것을. 그들의 책장은 그저 트로피 진열대일 뿐이다. 아직 펼치지 않은 조지 엘리엇의 소설 「미들마치」와 구겨진 흔적 하나 없는 존 디디온의 추천서 세 권이 어딘가에 나란히 꽂혀 있다. 언젠가는 읽겠지 생각한다. 레바논 태생 미국 경영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말했다. “서재는 당신의 무지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에서 곤도 마리에는 집 안에서 불필요한 물품을 정리해주는데 거기에는 책도 포함된다. 그녀의 “한 번에 30권만 보관한다.”는 원칙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되었다. 곤도는 정리를 의뢰한 클라이언트에게 서재에서 정말 아끼는 몇 권만 남겨두고 다 버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들을 갖고 있다고 해서 앞으로 당신의 삶이 좀 더 나아질까요?”

문제는 책을 소유한다고 해서 삶이 나아질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비운다고 해도 서재가 언제 또 다른 책으로 채워질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생각은 늘 변하기 때문이다. 어떤 책에서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책은 그대로 책장에 꽂혀 먼지만 뒤집어쓸 수도 있다. 우리 자녀가 첫 가슴앓이를 할 때 추천해줄 책은 어떤 걸까? 8월 장마로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2032년 새해를 맞으며 뜬눈으로 새벽 3시를 보낼 때는? 우리가 어린아이였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나이가 들어서 보면 따분할 수 있다. 하지만 또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는 다시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운과 직감에 맡기는 것이다.

‘츤도쿠’는 유쾌한 단어이다. 무지의 자유를 허락하기 때문이다. 이 단어는 책 읽기를 과제가 아닌, 길이 나지 않은 숲속으로의 여정으로 여긴다. 운이 좋다면 인생에서 많은 책을 갖고 그 속에서 기쁨과 절망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읽지 않은 책은 있기 마련이다. 그 책들은 다만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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