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먼지 차별micro aggression, 가면 증후군, 페미니즘의 기초를 이해하고 싶다면? 다행히 이제는 인스타그램만 스크롤하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인스타그램용 인포그래픽만큼 빠르게 정착한 소셜 미디어 트렌드는 드물다. 이미지가 24시간 후에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일반적으로 공유되는 슬라이드쇼는 이제 소셜 미디어의 사용자에게 피할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¹ 눈에 띄는 시각 요소나 기능성을 중시하는 인스타그램의 특성과 결합하여 창조적인 형태의 신개념 행동주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파스텔 톤의 슬라이드 몇 장으로 세계 정치, 사회정의와 관련한 복잡한 문제들을 알리는 방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골치 아픈 문제들에 따르는 미묘한 세부 사정은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유용하고 유익할 때도 있지만 이런 인포그래픽은 문제를 단순화하거나 편견을 주기 쉽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예를 들어, 1억 6,60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켄달 제너 등의 유명인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감염 증세가 경미함을 강조하는 ‘데이터 팩’ 인포그래픽을 공유했다. 과학자들은 곧바로 이 자료의 결함을 지적했다. 병원의 기능이 마비되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젊은이들이 노인을 감염시킬 가능성을 간과한 자료였지만 온라인에서 도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인포그래픽의 기원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고 보편적인 언어가 아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인포그래픽이 급증하는 것이 매우 현대적인 현상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를 논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행태는 수백 년 전부터 존재했다. 「인포그래픽: 뉴스와 커뮤니케이션에 이용된 데이터 그래픽의 역사The Inforgraphic: A History of Data Graphics」의 저자 머레이 딕 박사는 18세기 말에 인포그래픽의 출현한 것은 ‘거의 운명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계몽주의 시대 말기에는 교과서, 참고 문헌, 기타 학술지에 실을 원본 자료를 수집하고 생산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연구 결과를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생기자 연구자들은 자료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새로운 방법으로 눈을 돌렸다. 스코틀랜드의 엔지니어, 경제학자인윌리엄 플레이페어가 탄생시킨 막대그래프, 원그래프, 선그래프가 대표적이었다. 당시에 인포그래픽을 소비하던 사람들은 지도 제작에 학문적 소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복잡한 도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인포그래픽의 기원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고 보편적인 언어가 아니다.” 딕은 이렇게 지적한다. “오히려 특권층이 특수한 주제를 다른 특권층에 전달하는 엘리트 사회의 의사소통 방식에 가까웠다.” 그러나 W.E.B. 두 보이스가 만든 아름답고 복잡한 인포그래픽처럼 몇 가지 예외는 있었다. 그는 노예제가 폐지된 후 30년이 넘도록 제도적 인종차별 하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어떻게 억압을 받았는지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20세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서 인포그래픽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신문과 잡지는 기사에 매력적인 인포그래픽을 곁들이면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기적으로 인포그래픽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참여하는 삽화가가 늘면서 딱딱한 데이터에 활기를 불어넣고 더 많은 기호와 문구도 사용되었다(이를테면 남자의 형태로 노동자의 수를 나타냈다). 또 이 시대에는 정치적 설득의 도구 역할을 하는 인포그래픽이 탄생했다. 인포그래픽은 종종 논쟁에서 한쪽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보여주는 데 사용되었다. 자가격리를 한 사람과 제대로 격리하지 않은 사람의 감염률을 비교해 결핵이 어떻게 차단되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영향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이런 자료들을 양산하다 보면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잘못된 정보가 생성될 수밖에 없다.” 딕은 인포그래픽, 특히 신문에 실린 인포그래픽은 20세기 내내 “뻔뻔하게 선동한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업계는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철저히 전문화되었다. 표준화된 데이터 시각화 자료는 이제 전문 언론 기관에서 생산된다(538FiveThirtyEight 같은 통계 분석 사이트나 선거 기간에 지겹도록 볼 수 있는 예측 지도를 생각해보자).³ 하지만 전통적인 매체 내에서 인포그래픽의 전문화가 진행되는 사이, 2000년부터 2010년대 초에는 일반 대중이라는 새로운 창작 주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창조의 새로운 물결은 사람들에게 인포그래픽을 만들 수단을 제공하는 기술과 늘 관련이 있다.” 「정보 그래픽의 역사History of Information Graphics」를 쓴 샌드라 렌젠은 이렇게 설명한다. “2007년 즈음에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모든 사람이 개인용 컴퓨터를 갖게 되었다. 결국 모든 사람이 그래픽 제작 도구를 손에 넣은 셈이다.”⁴ 이 시기에 우리는 현대 인스타그램 인포그래픽의 시작을 보았다. 집에서 만든 도표인데, 대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며 종종 출처 표시가 없고 지나치게 단순화된 경향이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인포그래픽은 대체로 소수의 사람만 볼 것 같은 소규모 블로그에 존재했다. 이후 인스타그램은 게시물(사용자의 네모 칸을 차지한 사진이나 비디오를 가리키며, 흔히 설명 문구가 따라붙는다)을 스토리로 공유할 수 있게 해 인포그래픽의 배포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이 사소한 기술 변화로 사람들이 시각적 형식의 정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공유하게 되면서 2020년 여름부터 인포그래픽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이 무렵부터 경찰에 체포된 흑인들의 사망 건수를 도표로 정리하거나 인종별 체포 건수와 관련한 통계를 전파하는 등 제도적 인종차별 같은 주제를 다루는 교육 게시물이 급증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들은 20세기 초에 전통적인 인쇄 매체가 그랬듯 인포그래픽을 이용해 영향력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뉴스쿨의 파슨스 디자인 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교수 줄리엣 세자는 설명한다. 통계 자료를 그래픽 형식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 없으면 인플루언서는 영향력을 높이려는 욕심에 너무 단순화하거나 부정확한 편향된 진실을 공유하게 된다. 예를 들어,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 기간에 유포된 몇몇 인포그래픽은 매년 경찰에 의해 흑인보다 더 많은 백인이 살해된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게시물은 인구 수 대비 사망자 비율 데이터를 누락했다. 이 비율로 따지면 경찰의 손에 죽는 흑인 미국인은 실제로 백인 미국인의 두 배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영향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이런 자료들을 양산하다 보면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잘못된 정보가 생성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반듯한 글꼴과 깔끔한 판형을 입고 그럴듯하게 제시되는 사실과 수치를 본능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5 “이런 인포그래픽을 보면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한 듯이 느끼게 된다… 이런 자료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정보가 어떻게 수집되는지, 그 한계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 세자가 말한다. 이렇게 수백만 명이 잘못된 데이터에 노출될 수 있다면 인포그래픽의 역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렌젠에 따르면 엉터리 도표는 항상 흔했다. 진짜 달라진 점은 규모와 독자층뿐이다. 19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잘못된 인포그래픽이 난무하자 정확한 인포그래픽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사실을 도표로 제시하는 법Graphic Methods For Prepresenting Facts」까지 등장했다. 저자 윌러드 브린턴은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불행히도 제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곡선을 그리거나 어떤 종류든 표를 작성할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렌젠은 인포그래픽 분야가 진화할 때마다 사람들은 금방 적응하지만 그에 따라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인포그래픽의 민주화는 누구나 인포그래픽을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하지만, 제대로 된 인포그래픽을 만들려면 숫자와 수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렌젠이 말한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서 반복되는 이런 문제를 크리에이터들이 결국 인식하기를 바란다. 세자도 같은 생각이다. 그녀는 시간이 흐르면서 항상 좋은 쪽으로 개선되었듯이 화제를 모은 인포그래픽에서 자료 출처 표시도 점점 보편화될 것이라 믿는다.6 ‘해로운 긍정toxic positivity’의 의미를 풀이하는 인스타그램 인포그래픽은 결핵을 억제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도표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지 몰라도 인포그래픽의 소비자로서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주제가 무엇이 됐든 인포그래픽은 논쟁을 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다. 당신은 논쟁을 끝낼 수 없다.” 딕이 말한다. NOTES (1) 이 슬라이드 쇼들은 이제 패러디의 대상이 될 만큼 널리 알려졌다. 2021년 봄, 유럽에서 슈퍼리그의 결성 움직임이 헤드라인을 장악하자 몇몇 밈 계정은 ‘축구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당신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같은 헤드 라인과 더불어 거짓 인포그래픽을 게시했다. (2) ‘깨어 있는 척 ’이라는 용어는 일부 기업이 사회정의와 관련된 인포그래픽을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를 테면 인종 평등과 페미니즘에 대한 자료를 게시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그들이 부당한 노동 관행으로 소외 계층에게 적극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물타기 할 수 있다. (3) 물론 소셜 미디어용으로 제작하는 콘텐츠에도 똑같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인포그래픽 제작자도 많다. 일례로 데이터 저널리스트 모나 찰라비는 정기적으로 출처를 게시하고 원자료를 이색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바꾸는 방법을 설명한다. (4) 마찬가지로 그래픽디자인 플랫폼 〈캔바Canva〉는 최근에 인포그래픽을 대유행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20년 연말 보고서에서 〈캔바〉는 이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와 노예해방기념일Juneteenth 템플릿이 33만 번 넘게 다운로드되었다고 자축했다. (5) 또 우리는 정보가 그림으로 제시될 때 훨씬 효과적으로 처리한다. 포스트잇을 만드는 회사의 연구에 따르면 시각 자료는 문자보다 6만 배 빨리 처리된다. (6) 자신이 브랜드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갈수록 잘 아는 듯하다. @die tprada 같은 계정은 브랜드가 실제 행동 없이 약자와의 연대에 대한 게시물을 올릴 때 종종 브랜드 측에 설명을 요구한다. NOTES (1) 이 슬라이드 쇼들은 이제 패러디의 대상이 될 만큼 널리 알려졌다. 2021년 봄, 유럽에서 슈퍼리그의 결성 움직임이 헤드라인을 장악하자 몇몇 밈 계정은 ‘축구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당신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같은 헤드 라인과 더불어 거짓 인포그래픽을 게시했다. (2) ‘깨어 있는 척 ’이라는 용어는 일부 기업이 사회정의와 관련된 인포그래픽을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를 테면 인종 평등과 페미니즘에 대한 자료를 게시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그들이 부당한 노동 관행으로 소외 계층에게 적극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물타기 할 수 있다. (3) 물론 소셜 미디어용으로 제작하는 콘텐츠에도 똑같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인포그래픽 제작자도 많다. 일례로 데이터 저널리스트 모나 찰라비는 정기적으로 출처를 게시하고 원자료를 이색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바꾸는 방법을 설명한다. (4) 마찬가지로 그래픽디자인 플랫폼 〈캔바Canva〉는 최근에 인포그래픽을 대유행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20년 연말 보고서에서 〈캔바〉는 이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와 노예해방기념일Juneteenth 템플릿이 33만 번 넘게 다운로드되었다고 자축했다. (5) 또 우리는 정보가 그림으로 제시될 때 훨씬 효과적으로 처리한다. 포스트잇을 만드는 회사의 연구에 따르면 시각 자료는 문자보다 6만 배 빨리 처리된다. (6) 자신이 브랜드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갈수록 잘 아는 듯하다. @die tprada 같은 계정은 브랜드가 실제 행동 없이 약자와의 연대에 대한 게시물을 올릴 때 종종 브랜드 측에 설명을 요구한다.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인터넷을 기억하라 금방 사라져버리는 디지털 자료를 기록하는 출판인들을 만나보자. Arts & Culture 파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진부한 비교의 대상이 된 도시. Arts & Culture 에세이: 잇츠 올 그리크 Arts & Culture 토스카나의 카우보이 이탈리아의 거친 마렘마 평원에서, 몇 안 되는 카우보이들은 번개 같은 속도로 소떼를 우리에 몰아넣는다. Arts & Culture 정정 그럴싸한 데이터에 속지 말 것 Arts & Culture 식은 죽 먹기 간단한 답의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