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넬과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글렌페시다. <와일드랜드>의 사유지 중 재야생화의 여정에서 가잔 진전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하이랜드에서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굽이진 산길 주변에는 바람에 날린 씨앗을 통해 다양하고 무성한 산림지대가 조성되었다(매우 황량한 구역에 대해서는 맥도넬이 산지의 자연적 주기를 모방한 형태로 묘목을 심었다). 일부 묘목들은 거의 4미터가 되었고 산길 양쪽을 촘촘하게 채우고 있다. 보기 드문 멧닭이 근처의 비탈에서 머리를 내민다. 맥도넬은 언젠가는 사슴의 개체수가 다시 늘어 빽빽한 숲 사이로 길을 내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녀석들은 [숲의] 적이 아니라 천연 조각가예요.”라고 그가 말한다.
우리가 계곡으로 내려와 강을 건넌 다음 도보로 강가를 걸을 때 맥도넬은 매우 복잡한 도미노 효과와 같은 계획을 알려준다. 연어가 이곳을 산란지 또는 서식지로 삼게 하여 강가에서 나무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다. 이것은 그가 맡은 단기 프로젝트 중 하나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15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와일드랜드>의 미디어 전략은 200년 생태복원 비전을 중심으로 한다. 사실 그는 이 비전이 소나무의 수명과 같은 300년 후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나에게 진지한 얼굴로 200년은 “현재와 더 가깝게” 들린다고 말한다.
그가 엔지니어로 교육을 받은 경험은 그를 실용적인 환경보전주의자로 만들었다고 그가 말한다. 추상적이거나 감성적인 계획들과는 달리 <와일드랜드>는 인류가 등장하기 이전으로 시계를 돌릴 생각이 없다. 맥도넬은 사실 소와 양을 키우는 작은 농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의 결정은 농업적 접근법을 기반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스코틀랜드에 늑대와 스라소니를 다시 들이자는 주장이 주기적으로 나올 때마다 회의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렇게 된다면 저는 30마리의 양 중 몇 마리를 잃을지도 모르겠지요.”라고 그가 말한다. “저는 제 경험과 일관성 있는 입장을 취하려고 합니다.”2
맥도넬은 포블센의 엄청난 부가 <와일드랜드>에 미친 영향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말한다. “제가 글렌페시를 증여 받는다고 해도 저에게는 이러한 일을 할 돈이 없어요.”라고 그가 말한다. 재야생화를 시작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글렌페시는 매년 300만 파운드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저는 부자들이 토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포블센 외에도 생태적인 관점에서 하이랜드에 토지를 매입하는 외국인들이 있다. 사실 언론에서 스코틀랜드의 지주를 전통적으로 높여 부르는 용어인 ‘레어드(laird)’를 써서 그러한 사람들을 “그린 레어드”라고 부를 정도로 이 현상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들이 어느 나라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여기에서 무엇을 하는가입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맥도넬과 헤어진 후 나는 케언곰스에서 차로 세 시간을 달려 좁은 물줄기가 북해를 향해 흐르고 있는 작은 마을인 텅에 도착한다. 여전히 포블센의 사유지에 있는 나는 런디스 하우스에 숙박을 하기로 한다. <와일드랜드>는 재야생화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지역 호텔들의 소득 창출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런디스 하우스는 매끈하게 깎은 돌로 외벽을 꾸민 작고 아름다운 건물이며, 미술작품으로 채워진 객실들은 부유하고 편안한 가정집을 연상시킨다. 맥도넬은 스코틀랜드의 투박한 시골이 깔끔함을 강조하는 덴마크인들에게 맞지 않을 거라고 농담을 했었지만 덴마크인들에게도 런디스 하우스는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호텔은 하이랜드에서 지역의 상징으로 종종 사용하는 타탄체크(두 가지 색을 사용한 격자무늬-옮긴이)를 피해갔지만 모든 방에는 꽃을 피운 금작화, 자작나무 가지, 심지어 어린 쐐기풀을 가득 채운 큰 화병들이 놓여있어서 이곳이 자연 속의 집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텅은 재야생화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몇 년밖에 되지 않았고 이곳의 경관은 글렌페시의 풍부한 식생과 매우 거리가 멀다. 나는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낮은 산인 벤 텅의 정상에 오르면서 걸을 때마다 축축한 헤더를 납작하게 만든다. 내륙을 멀리까지 바라보니 노란색과 갈색을 띤 낮은 산들이 완만한 선을 이루며 단절된 부분 없이 시야 전체에 들어온다. 스코틀랜드의 가장 장엄하며 가장 황량한 경관이다. 이곳이 마냥 멋지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곧 이곳에는 나무가 들어설 것이고, 나무에 이어 비옥해진 토양을 따라 새, 꽃, 열매, 곤충이 찾아올 것이다.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그러하듯 우리가 경관을 평가하는 기준도 진화할 수 있다. 하이랜드에서는 반드시 그러한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