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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리히터

화려하지 않은 곡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클래식 작곡가를 만나다.


Words by Tom Faber. Photograph by © Rahi Rezvani, 2017.

막스 리히터는 음악에 아주 미묘하고 섬세한 지문을 남기는 작곡가이기에 지난 십년간 음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더 인상적이다. 그만의 특유의 소리는 클래식 음악의 난해한 수식을 거부하고, 대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감성에 호소하는 현과 피아노를 전자 사운드에 엮어 넣었다. 그는 닐스 프람, 올라퍼 아르날즈, 조한 조한슨을 비롯해서 일군의 작곡가들이 대형 경기장 규모의 청중 앞에서 명상 음악을 연주하도록 영향을 주었다.

54세의 독일 출신 영국인 작곡가, 막스 리히터는 본인의 음악 스타일을 정제해나가는 한편 끊임없이 새로운 공간에서 청중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는 발레, TV(블랙 미러), 영화(<애드 아스트라>, <컨택트Arrival>,<바시르와 왈츠를>)등 다방면의 음악을 작곡했다. 2015년의 야심찬 프로젝트 <Sleep>은 박물관에서 잠자는 청중들을 위해 연주한 8시간 30분짜리 곡이었다. 이런 실험 정신은 1948년의 세계 인권 선언 낭독으로 시작되는 그의 새 앨범 <Voices>를 통해 또 한 번 입증됐다.

 

당신이 작곡한 곡에는 이라크 전쟁, 7.7런던 폭탄 테러, 그리고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당신의 음악은 늘 무언가에 대한 반응인가요?

예술가라면 그의 작품은 곧 살아있다는 것, 삶의 탐구에 대한 반응입니다. 창의적인 작품은 제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고, 청중은 거기에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접목시키죠. 그렇게 음악 작품은 대화의 장이 됩니다.

당신의 음악은 대화인가요, 독백인가요? 어쨌든 당신은 표현하고 청중들은 듣지 않습니까?

라이브 연주의 마법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돌아오는 소리를 듣게 되거든요. 자신이 어떤 음악을 만들었는지 처음으로 알게 되는 순간은 바로 청중들이 나의 음악을 들을 때입니다. 저는 대화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몇 년 간 아주 미니멀한 음악적 언어를 만들어왔습니다. 제가 작곡가 교육을 받을 때만해도 아주 복잡한 음악을 만드는 게 정설이었습니다. 정말 연주하기도 불가능하고 듣기도 불가능한 음악들이죠. 저는 그런 방식이 권위주의적으로 느껴져서 제 작품에서는 청중들이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듣지 않고 편히 머물 수 있도록 많은 요소들을 빼버렸어요.

<Sleep>앨범에서 당신이 창조하고 싶었던 ‘공간’은 어떤 곳인가요?

<Sleep> 연주회는 수백 개의 침대에 누운 사람들이 함께 하는, 반은 콘서트, 반은 갤러리 작품 같은 연주입니다. 뮤지션들은 수동적인 청중들에게 텍스트를 제공한다기보다 그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맞춰 반주를 해나갑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연주자와 청중 사이의 힘의 역학이 뒤집히게 되죠.

엘리너 루스벨트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카프카까지 작품에 텍스트 낭독을 자주 집어넣는 이유가 있나요?

명확한 이해를 위해서입니다. 청중들이 들어올 수 있는 작품의 대문 같은 거죠. <Voices> 앨범에서 세계인권선언문을 활용한 이유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인상적인 그 글과 선언문의 목표로부터 우리는 너무나 멀어져 있고, 계속 멀어져가고만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음악에 담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 느꼈어요.

언론에서는 당신의 음악을 ‘신고전주의’나 ‘포스트미니멀’ 같은 장르로 작위적인 이름표를 달아주던데요. 오늘날 ‘클래식 음악’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클래식 음악이란 음악적 재료 그 자체라기보다는 문화를 묘사합니다. 일정한 형식의 사회적 태도와 의식을 묘사하는 건데, 그것도 사실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콘서트홀에 가서 조용히 앉아있어야 하고 마음대로 박수도 못 칩니다. 마치 노인이 맨 앞에 서서 모두에게 이래라저래라 지령을 내리는 것 같은 권력구조인 거죠. 이런 것들이 청중과 음악의 오롯한 조우를 막는 겁니다.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 클래식 음악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걸 또 달리 보면, 아주 약간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면이 있다는 얘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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