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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뮤지션 챈 마셜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을 열다.
글 by Poppy Beale-Collins. 사진 by Stella Berkof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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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챈 마셜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을 열다.
글 by Poppy Beale-Collins. 사진 by Stella Berkofsky.

챈 마셜은 1990년대 뉴욕 인디록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이래 30년이 넘게 캣 파워로 활동한 뮤지션이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열성 팬들이 백 카탈로그 (back catalog, 흘러간 노래 또는 그 목록-옮긴이)로 유입된다. 2022년 1월, 자체 제작한 앨범 『커버스(Covers)』가 그녀의 대표적인 커버 앨범 레퍼토리에 첨가되었다(앞선 커버 앨범으로는 2000년의 『더 커버스 레코드(The Covers Record)』, 2008년의 『주크박스(Jukebox)』가 있다). 50세라는 인생의 이정표를 앞두고, 마셜과 마이애미 비치에 있는 그녀의 집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마셜은 관조적이면서도 희망찼다. 인생의 밝음과 어두움을 동시에 견지하는 이런 능력-늘 앞을 향해 가면서도 씁쓸함과 고난을 받아들이는-이야말로 캣 파워 노래의 결정적 특징이며, 마셜의 음악적 발명이 그처럼 특별하고 오래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포피 빌 콜린스: 커버곡이라는 예술 형태는 우리를 처음 음악에 입문하던 때, 마치 계시를 받은 것 같던 시절로 데려가곤 한다. 좋아하던 곡이나 아티스트를 커버하는 것이 발견 또는 재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곡을 커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뭔가를 탐구하는 느낌을 가지는가?

챈 마셜: 물론이다. 처음에는 무슨 노래를 할지 모르는 채로 시작했다. 보컬 부스에 들어가서 혼자 생각했다. 좋아 챈, 무슨 노래를 하지? 무슨 노래? 『커버스』의 첫 곡은 그해 여름에 친구와 겪은 에피소드 때문에 선택했다. 친구가 큰 손해를 입고 힘들어했는데, 그가 좋아하는 노래라는 생각이 떠올라 ‘어겐스트 더 윈드(Against the Wind)’를 켜보자고 한 것이다. 그 노래가 친구를 위로해주었다. 내가 이 노래를 틀자 밴드는 바로 연주를 시작했고, 나는 보컬 부스 안에서 ‘어겐스트 더 윈드’의 가사를 꺼냈으며, 곧장 첫 테이크를 녹음했다. 다음 곡은 ‘젠장, 나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며 꺼낸 ‘아이 해드 어 드림, 조(I Had a Dream, Joe)’였다. 평소 같으면 커버해볼 생각을 천년 동안 못 해볼 노래였다. 세 번째 노래도 똑같았다. 곡을 쓰다가 보컬 부스로 다시 뛰어들어가서 뭘 할지 몰라 서성거리다가, ‘아, 이거다.’ 하면서 ‘엔드리스 시(Endless Sea)’를 선택했다. 너무 울적하고, 불안정하고, 서늘한 노래라서 고른 것이다. 그날의 마지막 곡을 선택할 때는 이렇게 말했다. “헤이, 모두들 기타를 잡아.” 우리는 모두 어쿠스틱 기타로 이 두 음을 치고 또 치고 하다가 ‘유 갓 더 실버(You Got The Silver)’까지 가게 됐다. 이렇게 해서 첫날, 네 곡이 들어가게 됐다.

PBC: 그런 식의 즉흥적인 접근 방식이 직접 곡을 쓸 때와는 다른가?

CM: 역학적으로 똑같다. 내가 피아노 앞에 앉거나 기타를 드는 것은 곡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앉을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말하자면 다른 차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단어가 나오든, 내가 그것들을 기억해서 다시 연주하면, 그게 곡이 되곤 한다. 늘 그래 왔다. 그건 의식이 흐르는 것처럼 유기적이다. 색과 형태, 기억들이 움직여 다니는 차원 같은 것이다.

PBC: 팬데믹이 당신에게는 창조적인 시간으로 느껴졌는가?

CM: 해야 할 일은 많고, 한부모로서 자식을 키우느라 분주하다 보면 느긋하게 앉아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내 마음속의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주 창조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팬데믹 덕분에 얻게 된 것 한 가지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성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곡을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곡을 쓰지는 못했지만 나와 내 아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으니까. 살펴볼 필요가 있는 아주 중요한 것들이었다.

PBC: 여전히 마이애미에서 사는 것이 좋은가?

CM: 우선, 아름답다. 그리고 낯설기도 한데, 그런 게 좋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사우스비치 근처의 호텔은 태반이 버려져 있었다. 판자로 막아놓은 건물, 공터가 많았고, 거리에는 차도 많이 다니지 않았다. 이제는 부지들이 온통 거대해졌고, 30층 건물이 즐비하며, 거리도 다시 조성되었다. 조개껍데기들이 있던 해변은 담배꽁초와 병뚜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만 해도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이곳에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뉴욕에서 너무 오래 지내서 그런지, 핵전쟁 이후의 맨해튼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이 정겹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마다 똑같은 기분이 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땅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이다. 땅에 발을 디딘다는 느낌이 참 좋다. 마음이 잔잔해진다. 문을 열면 다른 것들은 모두 사라진다.

K43_Cover
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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