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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의 공간

인터넷의 미학


Words by Tom Faber. Photograph by Tekla Evelina Severin.

처음에 인간은 인터넷을 만들었다. 그 흰 공간은 형태가 없었고, 화면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러자 인간이 말했다. “여기 문자를 넣어야겠다.”, 그리하여 문자가 들어갔다. 둘째 날 그는 인터넷을 페이지로 나누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파란 하이퍼링크로 연결했더니 더 좋아졌다. 셋째 날, 그는 GIF를 만들어, 페이지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기들과 춤추는 예수의 영상이 반복되게 했다. 잘 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계속 만들어나갔다. 다음 날은 임베디드 비디오, 댓글창, 패럴랙스 스크롤링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도록 창조의 도구들을 넘겨주었다. 그러자 다양한 예술적 시도가 웹상에서 빠르게 확산되었다. 아니, 적어도 인터넷의 미적 다양성이 쇠퇴하기 시작한 10여 년 전까지는 확산되었다. 최근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시행한 한 연구에서 10,000여 개의 웹사이트를 조사했는데, 2010년 이후 웹사이트의 레이아웃 유사성이 꾸준히 증가했음이 나타났다. 여러분도 익숙한 형태 아닌가. 기업의 웹사이트는 텍스트가 오버레이된 전체 너비 이미지로 연결된다. 그리고 맨 위의 메뉴 바를 클릭하거나 간결한 서비스 요약을 찾아 빈 공간에서 스크롤을 내린다. 이제 인터넷상의 모든 것이 다 똑같아 보인다.

이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사이트를 만들려면 자바스크립트나 HTML에 능숙해야 했고, 첫 단계부터 하나씩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각 페이지가 차별되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스퀘어스페이스(Squarespace)에서 템플릿을 사용할 수 있고, 당신이 전문가라면 현존하는 약 15억 개의 웹사이트 중 20%가량에 사용된 인기 있는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 부트스트랩(Bootstrap)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모두가 동일한 도구와 템플릿을 사용해 사이트를 만들고 있으니 조금씩 유사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웹사이트는 자연스럽게 서로 모방한다. 회사들은 신규 접속자가 그들이 찾고 있는 정보를 직관적으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들은 2000년대 중반 웹2.0 시대의 화려한 3D 효과부터 현재 유행하는 평면 배치와 과감한 블록 컬러까지 디자인 트렌드를 따른다.

“웹서퍼”들이 화려한 색과 특이한 글꼴로 지오시티 페이지를 만들었던 인터넷 초창기가 떠올려 보자. 당시 인터넷은 정보를 민주화하고 국경을 초월한 공동체를 육성하는 역할을 했다. 마이스페이스는 사용자들이 음악과 개인적으로 꾸민 배경화면으로 각자의 사이트를 커스터마이징하도록 장려했다. 그 계승자인 페이스북의 기업 미학은 웹의 정신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기업들은 광고 공간과 사용자 데이터를 판매함으로써 그들의 플랫폼을 수익화하는 방법을 이해한 것이다. 그때부터 웹사이트의 외형은 미학보다는 방문자들의 귀중한 관심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기 위해 정밀하게 계산된 레이아웃을 갖추며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창의성은 더 이상 자신의 공간에서 발휘되지 못하고 상호교환이 가능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상자에 갇히고 말았다. 이제 콘텐츠에는 개성을 투영할 수 있지만, 형태에는 그럴 수 없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웹사이트는 예술성을 발휘하는 공간이기보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 아닌가? 아무도 지난 500년 동안 모든 책이 왜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졌는지 의문을 품지 않는다. 하지만 초기 인터넷의 스크린샷을 보면 미디어에서 특이한 표현에 애도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인터넷이 더 이상 개인적인 매체가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생각이 바뀔 여지는 있다. 웹사이트는 수명이 짧고, 끊임없이 자신의 역사를 덧씌우면서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현대 웹의 전체적인 단조로움도 지나갈 것이다.

창조의 일곱 번째 날, 인간은 휴식을 위해 멈추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결코 쉬지 않는다. 인터넷은 계속 반복하고, 가속화하며 변화한다. 하루 해가 저문 뒤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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