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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케이티 패터슨

다른 행성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
글 by Tom Faber. 사진 by James Bennett.

케이티 패터슨의 차고에는 달 먼지가 있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손에 넣은 매머드의 대퇴골 부스러기와 1만 그루의 나무에서 채집한 목재 샘플도 함께 보관되어 있다. 작품 속에서 패터슨은 시적인 행동의 형태로 실존적 질문을 던진다. 녹아가는 빙하에 전화선을 설치하거나, 운석을 우주로 돌려보내거나, 녹음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달 표면에 반사시키는 식이다. 우주를 축소하는 이 작품들은 우리가 너저분한 일상을 벗어나 우주와 그 안에 존재하는 우리의 공간을 새삼 경이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TOM FABER: 당신은 과학 쪽에 전문 지식이 없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천체물리학, 지질학과 관계가 있다.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 왔나?

KATIE PATERSON: 뒤늦게 슬금슬금 찾아왔다. 미술대학에서 첫 학위를 마친 후 8개월간 아이슬란드에 가서 살았다. 수산물 가공 공장과 주유소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외딴 벽촌의 호텔에서 일했다. 여름이어서 24시간 내내 훤했지만 나는 탁 트인 하늘, 드넓은 우주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달을 제대로 보았다.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었다. 내 작품의 상당수는 그 잠깐 사이에 비롯되었다.

TF: 과학자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KP: 대학 시절 아이슬란드 빙하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물리학 실험실을 찾아갔다. 실험실 사람들은 내게 대형 냉동고 사용을 허락했다. 처음에는 정신 나간 실험을 하겠다며 제멋대로 찾아온 미대생을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웠지만, 과학자들은 항상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TF: 과학자들이 당신의 작품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실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신과의 협업에서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KP: 그들의 연구에 활기를 불어넣고 결과물을 미술관에 전시하여 폭넓은 청중에게 다가갈 기회를 준다. 나는 이따금씩 유럽우주국에 운석을 우주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 따위의 황당한 문의를 한다. 그러면 그들은 “그럼요, 안 될 것 있나요?” 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이 “안 될 것 있나요” 덕분에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과학에서는 실패할 위험을 별로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미술 분야에는 마감 기한과 제한 규격 등 소소한 제약이 많지만, 천체물리학은 알려진 공간과 시간의 경계를 연구하는, 스케일이 큰 학문이다. 그래서 누가 뜻밖의 요구를 해와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TF: 당신의 작품 중에는 사하라사막에 모래 알갱이 하나를 묻거나, 죽은 별들에게 조문을 쓰는 프로젝트도 있다.1 행위 자체가 작품인가, 아니면 관객에게 그 행위를 전달하는 것이 작품인가?

KP: 둘 다다. 그 작품들은 악보나 마찬가지다. 청중 앞에 뭔가를 내놓으면 청중이 그것을 받아들여 새로운 무언가로 해석한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겠다. 하지만 어리둥절해하거나 비웃어도 상관없다.

TF: 현대미술은 지나치게 난해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러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KP: 맞다. 그게 문제다. 나는 사람들이 미술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느끼기를 원치 않는다. 훌륭한 작품들은 정답이 없는 영역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사실 그런 작품들은 두뇌가 아닌 직감으로 다가갈 수 있는 신비감을 준다.

TF: 당신의 작품 중에 미공개 장소에서 밤하늘에 검은 불꽃을 쏘는 퍼포먼스가 있다. 바닷속에 클래식 음을 비추기도 했다. 이런 창작물들은 아무도 볼 수 없다.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예술이란 대체 무엇인가?

KP: 선문답을 하듯 예술에 접근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세상에 뭔가를 내놓고 그것이 반향을 일으키기를 바란다.

TF: 당신의 많은 작품이 음악과 관계가 있다. 천문학에 대한 당신의 관심과는 어떤 공통분모가 있나?

KP: LP판이 엄청나게 많은 집에서 자랐기 때문에 항상 음악이 끊이지 않았고 아버지는 음악가였다. 음악은 분위기를 바꾸고 언어를 뛰어넘는 영역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내가 달에 비춘 음악 신호는 다시 공백을 품은 채 지구로 반사되어 미술관에 설치된 피아노에서 연주되었다. 「월광 소나타」를 선택한 이유는 달에 관한 곡을 보내고 싶었기도 했지만 워낙 귀에 익은 곡이므로 사람들이 달에 의해 바뀌어 악보에 반영된 공백을 즉시 알아차리기를 바라서였다.

TF: 당신은 작품에서 기나긴 지질연대의 감각을 탐구하기도 한다. 그런 관심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바꾸었나?

KP: 내 작품은 수십억 년에 걸친 기간을 아우르기 때문에 나는 일상적인 시간관념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24시간에 맞추어 살면서 다양한 시간관념들을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지금은 어린아이를 키우다 보니 우리의 일상을 아이에게 맞춘다.

TF: 아이가 생기면서 당신의 예술도 영향을 받았나?

KP: 그렇다, 엄청난 여정을 거친 기분이다. 이제 세 살이 된 아들이 사물을 매혹적으로 관찰하고 곧바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경이롭다. 나는 아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동화에서는 최대한 꾸밈없는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층의 의미를 담는 것은 내가 작품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같다. 내 작품이 아이들에게도 쉽게 전달된다고 느껴지면 나는 꽤 잘한 거다. 아들이 생기면서 나는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작가들에게서 백 년 후에나 읽힐 미공개 원고를 받는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는 항상 죽음과 대면한다.2 하지만 이제는 나의 일생을 생각하기 전에 아들의 일생을 생각한다. 내가 죽더라도 아이는 살아서 그 글을 읽을 수 있다.

TF: 그런 생각을 하면 슬픈가?

KP: 그렇다. 과거에는 나의 죽음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라나는 아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미래 도서관」이 완성될 무렵에는 그 애도 은퇴할 나이가 훌쩍 지나 90대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환경 위기를 고려하면 세대 간의 교류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 세대에만 관심을 집중하기보다 다음 세대를 걱정해야 한다.

TF: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가 끝나는 2114년에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KP: 숲 자체가 거의 변하지 않는 것이 나의 마음속 바람이다. 하지만 불에 타거나 해충에 감염되거나 땅이 물에 잠길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이런 종말론적 상상이 실현되지 않도록 맞서야 한다. 첫 독자가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백 년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하기를 희망한다. “고맙게도 사람들이 정성을 쏟은 덕분에 정말 필요한 변화가 찾아왔구나.”

TF: 당신의 예술에 희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나?

KP: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작품에서 100년에서 10억에 이르는 기나긴 시간을 다룬다. 내 작품들은 인간을 다른 생물 종들 사이에 놓고 우리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폭넓은 시각을 제시하려 노력한다. 내 작품들이 우리에게 세상 만물과의 소통 가능성을 열어주기를 희망한다.

( 1 )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죽어가는 별에게 쓰는 편지」에서 패터슨은 별이 폭발할 때마다 천문 연구소로부터 통지를 받고 별의 사망을 기리는 조위문을 쓴다. 그녀는 매주 3~150통의 편지를 발표한다.

(2)

오션 브엉은 『가디언』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를 원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많은 출판물의 목적이 작가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자신의 유령을 미래에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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