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디랑은 마이애미의 <포시즌스> 호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새로운 장소에서 작업할 때 빠지기 쉬운 진부함이라는 함정은 정공법으로 해결한다. “마이애미에서는 대중적이면서도 시크하되 화려한 50년대 분위기를 내고자 했어요. 아르데코, 파스텔색, 야자수, 터키색, 구름이 드리운 하늘을 이용했죠.” 그 결과 태어난 디럭스 스위트룸에서는 호텔 앞에 펼쳐진 숨막힐 듯한 바다 풍경을 음미할 수 있다. 150센티미터 높이의 거울을 재치 있게 배치한 덕분이다. 거울은 방의 비율이 달라 보이게 하는 효과도 낸다.
“정말 효과적이었죠.” 디랑이 말했다.(샤워를 하면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 도록 욕실에도 거울을 설치했다). 디랑은 투숙객이 머무는 동안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L자형 석회석을 이용해서 소파 겸용 침대를 만들었다.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도록 모래와 같은 색을 사용했어요. 저는 작업에 있어서 특별한 비주얼만큼이나 생활도 중시해요. 사람들이 나란히 앉거나, 테이블 앞에 앉아 일을 하거나, 사랑을 나눌 수도 있겠죠. 정말 멋질 거예요. 이 모두가 중요합니다.” 디랑은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모습을 상 상할 때면 마치 영화를 촬영하듯 사고한다.
“깊이감을 내기 위해 대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공간과 빛, 시점을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죠. ”구성력, 기하, 빛에 대한 세심한 감각 덕분에 디랑은 공간의 마술사로 거듭난다. “보자아자 기분이 좋아지되, 곧 건물에 대한 인상을 잊고 삶의 멋진 순간을 흠뻑 누리게 해주는 건물이야말로 좋은 건축이라 생각해요.”
디랑은 철저히 실험적이기 때문에 실내 디자인의 범위를 벗어난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작업 중인 공간과 관련된 로고, 웹사이트, 곡 목록을 검토하는가 하면, 레스토랑에서는 셰프와 함께 음식을 맛본다. 호텔에서 작업할 때면 스위트룸의 완벽한 모형을 만들고 침대를 직접 이용해본다.
“음식을 모르는 사람과 함께 식당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무리 멋진 공간을 완성해놓아도 맛이 없다면 고객에게 좋지 못한 경험이 될 테니까요.” 디랑은 이처럼 엄밀하게 접근하는 자신의 스타일이 댄디의 꼼꼼한 성향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댄디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고 아름다움을 위해서 삶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미적인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을 말하죠. 저는 이렇게 완전한 비전을 유지하기 위해서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일해요. 요즘은 리스크를 꺼리는 시대여서 전의 것을 베끼기만 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 쪽이 잘 팔린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업체에서도 그걸 환영해요. 하지만 꿈꾸는 이라면 이렇게 말할 거예요. ‘음, 하지만 훨씬 멋진 결과를 위해 기꺼이 비용을 좀 더 지불할 사람도 있지 않을까.’ 저와 같은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고객과 함께 일하는 게 중요해요. 하나씩, 하나씩 이런 사람들을 안나게 되고, 다음에도 또 손잡곤 하죠. 그렇게 되면 다른 고객은 필요가 없을 정도예요.”
이처럼 탄탄한 파트너십은 자유와 신뢰로 맺어져 있다. “저는 고객을, 고객은 저를 사랑해야 해요. 제게 더 많은 자유를 주고,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낼 기회를 주는 고객과 함께 일하죠.” 구현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제트에 전력투구하려면 삶을 통째 쏟아부어야 한다.
“생활 리듬이 극단적이에요.” 디랑은 정신 집중, 잦은 출장, 완벽을 향한 쉼 없는 작업을 두고 말했다. “저는 제게 도전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고객이 까다롭게 굴고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게 좋죠. 때로 게을러진 제 정신을 일깨워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이처럼 정신을 다시 일깨워주는 것은 디자인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언제나 두 번, 세 번 바꿀 수 있는 요소들이 있어요. 개선해야 하는 부분 은 늘 존재하죠. 기능적 요소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팀 사람들은 어려운 과제를 좋아해요. 시제품을 만드는 걸 즐기고, 모든 걸 디자인하고 싶어 하죠. 문고리, 수도꼭지, 심지어 기업과 손잡고 냉장고를 맞춤 제작할 생각까지 하고 있어요. 더 멀리 나아가도록, 자신을 밀어붙이는 과제를 찾아내고, 스스로도 놀랄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해요. 우리는 모든 비례와 색을 제대로 잡아낼 때까지 작업해요. 더 많이 작업할 수록 욕심이 커져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꾸면 되죠.”
“완성도를 위해 세계 최고의 장인과 함께 일해요. 그 사람들이 프랑스 태생인 건 우연이죠.” 디랑이 웃었다. “사실 프랑스 문화는 유서 깊기 때문에 기량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어요. 과거를 잊지 않고 배워나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