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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는 여러 생각을 부분의 합을 넘는 하나의 단어로 통합하는 유용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인더스트리에쿤스트(Industriekunst)는 그런 단어 중 하나다. 번역하면 ‘산업디자인’이라는 뜻이 되지만 원래 독어 단어에 내포된 ‘균형과 조화’라는 핵심적인 느낌은 사라지고 만다. 그보다는 ‘산업-예술’이 오히려 원래 뜻에 더 가까울 것이다.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선각자적인 독일의 산업디자이너들은 실용성과 미감의 개념적 통합이란 곧 상상력을 해방시키는 힘이라 여겼다. 그리고 기능적인 물건에서 미적 만족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신의 능력 속에서 그 힘을 체감했다. 급진적일 만큼 단순한 이 아이디어는 이후 백여 년이 넘도록 모든 현대 디자이너의 과제이자 모든 소비자에의 약속이 되었다.

1955년부터 1997년까지 <브라운>의 제품디자인 부장으로 활동했던 디터 람스는 20세기 후반의 다른 어떤 디자이너보다 더 노련하고 포괄적으로 이 과제를 해결했다. 람스가 빚어낸 라디오, 계산기, 시계, 주방용품, 가구 등의 디자인은 납득하기 쉽고 조화로웠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소소한 이런 속성은 사실 엄청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람스는 털어놓았다. 단순함으로 회귀하고, 디자이너의 에고를 버리고, 시각적, 촉각적 신호에 얽힌 사람들의 약점을 무자비하게 이용하려는 시장의 의도에 맞서 싸워야 했던 것이다. 덕분에 그의 제품은 자신의 능력을 웅변하기보다는 조근조근 설명하고, 버튼과 다이얼은 명령을 내리는 대신 부드럽게 손잡아 이끌며, 제품의 색과 질감 또한 목적에 고요히 부합한다. 모든 세부 요소에서 기능과 미감이 공명할 수 있게끔 사업 공정을 활용하고 소재를 최적화하려는 의도가 실현된 것이다.

람스의 사고에 흐르는 깊은 도덕적 흐름은 그가 디자인하는 제품으로 퍼져 나간다. 물결에 깃든 주된 힘은 ‘절제’다. 중요치 않은 요소를 삭제하고 제품이 스스로 말하도록 하며 사용자가 각자의 방식대로 제품을 누릴 수 있게끔 디자이너가 스스로 발휘해야 하는 제약을 일컬어 람스는 ‘절제’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같은 행동은 보다 큰 도덕적 의무에 부합한다. 계속 더 새롭고 화려한 신제품을 찾아 헤매는 대신 물건에 애착을 가지도록 유도해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이는 잉여, 낭비, 시각 공해, 환경 파괴에 맞선 세계적인 투쟁이다. 람스는 은퇴한 이후 에세이, 인터뷰, 전시를 통해 이같은 가치를 주창해 왔다. 올해 말에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디자인이란 사용자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도와야 하며, 인간이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끔 보다 적은 물건으로도 편안한 삶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람스의 생각이다. “행동의 새로운 틀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디자인이죠.” 람스는 산업디자인이란 만족감을 줄 뿐 아니라 도덕적 사유도 이끌어야 한다고 믿는다. 디자인 역사가 클라우스 클렘프는 디터 람스를 현대 디자인에 놓인 거대한 두 개의 다리 중 하나라 일컬었다. 과거의 디자이너가 예술의 전통을 산업에 투입했다면, 람스는 산업을 가정과 시민사회에 들여놓았다. 디터 람스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산업디자인의 역량을 활성화하고 인류와 지구를 위해 유용하며 만족감을 주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디자이너의 책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예부터 폭넓은 의미의 지속가능성을 주창했고 낭비, 시각공해, 디자인상의 평범성을 비판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동안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졌고 폭넓은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미학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책을 낸 건축가로 아름답지 않다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미적 매력은 환경적 의무다.”라고 주장한 랜스 호세이의 주장에 동의하는지?

미는 단순히 겉모습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모범적이고 유익하며, 사용자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장기간 지속시킴으로써 생태학적으로도 바람직한 영향을 미친다. ‘좋은 디자인의 10계명’에서 나는 제품의 미적 측면은 유용성의 차원에서도 주된 역할을 차지한다고 쓴 바 있다. 매일같이 쓰는 기구는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 나아가 삶의 행복감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건은 제대로 만들어야만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다. 조화, 대조, 비율 등 미의 전반적인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각 개인의 미적 감각은 각기 다르며 지식, 교육, 의식 등의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늘 미에 대한 논의를 비껴가려 애썼다. 대신 가능한 간결하고, 명확하고, 사용자 지향적이며 오랫동안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에 대해 논해 왔다. 그중에서도 ‘단순미’는 특히 달성하기 어렵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실용적 용도와 추상적 미 사이의 갈등은 지금도 제품디자인에서 혁신을 이끌어내는 요소로 작용하는지, 아니면 한층 결정적인 메커니즘이 있는지?

디자인은 언제나 침착하고 절제되며 지적인 놀라움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지금도 실용적 가치와 미는 상호배타적인 관계에 있지 않으며, 이는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게 있어 가능한 최적화하고 절제된 미와 기능은 언제나 중요한 요소였다. 그런 요소를 갖추면 제품의 생명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전면에 나서서 시선을 끌지 않으므로 단기간에 시각적으로 질리는 일도 없다. 이런 특징은 분명 혁신을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새로운 물건이 계속 필요한가에 대해 신중히 숙고해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적지만 더 나은 물건을 삶에 들이자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과거 예술가, 평론가, 생산자는 산업디자인이 지닌 두 가지 장점에 대해 알고 있었다. 산업디자인은 구매욕을 자극해서 더 많은 이익이 남는 제품을 만드는 동시에 대중의 취향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데 일조했던 것이다. 디터 람스라는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애정을 느끼고 장기간 소유하는 물건을 생산해서 낭비적 소비를 줄여 환경에도 이바지한다는 산업디자인의 세 번재 장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소비재산업이 과거의 목표와 새로운 목표 사이의 갈등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지?

우리에게는 ‘호사’가 아니라 ‘편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독일의 건축 및 예술평론가인 아돌프 베네의 의견에 동의한다. 베네는 진정 좋은 디자인이라면 아무 이득도 되지 않고 돌이킬 수 없는 자원 문제와 환경 파괴만을 불러오는 소비의 땔감으로 전락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해서는 많은 담론이 이어져 왔다. 이제 행동으로 옮길 때다! 진보를 향한 유일한 논리적인 길은 소소익선의 노선이다. 순수와 단순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순함이야말로 탁월함의 열쇠다.

 

디터 람스라는 디자이너는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미스 반 데어 로에, 르 코르뷔지에, 발터 그로피우스의 멘토이자 세계 최초의 산업디자이너라는 평을 받고 있는 페터 베렌스의 목표를 이뤄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다. 베렌스는 갓 디자이너가 된 뒤 실용적 기능성과 추상적 미의 결합에는 해방적인 요소가 있다고 썼다. 그의 시대에는 기능성과 미가 서로 맞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베렌스가 성공하게 된 이유는 이같은 대립을 극복해서 매력적이고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수익으로 연결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브라운에서 근무하던 당시, 독일의 산업디자인기업 AEG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베렌스의 선구적 시도를 이어받은 지점이 있다고 느꼈는지?

1907년부터 1914년 사이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AEG의 아트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최초의 산업디자이너 중 한 명이었던 피터 베렌스는 분명 AEG의 많은 부분을 만들어나갈 기회를 얻었다. 베렌스가 큰 성공을 거둔 부분은 역사결정론과 당시 만연했던 유겐트스틸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베렌스의 길이 남을 업적은 최고경영진과 디자이너 간 협업의 가치를 뚜렷이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1955년 내가 브라운에 입사했을 당시에는 엔지니어가 제품을 만들고 영업부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기능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당시 만연했던 장식적인 요소를 없앤 간소한 제품언어를 개발했다. 그건 최고경영진, 특히 에르빈 브라운이 직접 디자인을 살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그런 면에서 AEG와 같은 디자인 목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비스바덴의 공작미술학교에서 수학하는 동안, 바우하우스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학교를 세운 한스 쇠더 교수는 바우하우스의 원칙에 따라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특히 부각되었던 롤모델은 페터 베렌스 밑에서 조수로 일했던 미스 반 데어 로에와 그로피우스였다.

 

자주 쓰거나 특히 아끼는 제품, 혹은 지금까지 직접 생각해내고 다듬은 디자인 계명의 표본이라 생각하는 제품이 있는지?

아내와 나는 일부 예외를 빼면 브라운과 비초에의 기기로 가득한 집에 산다. <비초에 606 선반 시스템>은 그 중 하나로, 56년 전에 디자인했는데도 여전히 편리하다. 제품과 함께 살다 보면 단점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런 부분을 개선하면 디자인의 수명을 좀 더 늘릴 수 있다.

 

“ ‘단순미’는 특히 달성하기 어렵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람스가 <비초에>에서 디자인한 606 선반 시스템은 탄생한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람스의 디자인 원칙을 가장 성공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남아 있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
by Molly Mandell

디터 람스는 1970년대에 ‘적지만 더 나은’ 디자인이라는 만트라를 조금씩 확장해서 좋은 디자인의 구성요소에 대한 간명한 원칙을 완성해나갔다. 1975년의 강의에서 세 가지 원칙을 세운 데서부터 시작해서 1985년에는 현재의 10계명이 완성되었다. 람스의 직설적인 원칙은 디자인계의 아이콘이 되었으며 지금도 <무지>의 켄야 하라와 <애플>의 조나단 아이브 등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람스의 아이디어는 2011년 람스의 커리어에 관한 4백 쪽에 달하는 책『디터 람스: 최소한의 디자인』을 출간한 파이돈 등의 출판사 덕분에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유용성을 높인다.
3.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5.
좋은 디자인은 지나치게 눈에 띄지 않는다.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래 간다.
8.
좋은 디자인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철저하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이다.
10.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최소의 디자인이다.

2011년 <파이돈>이 출간한 『디터 람스: 최소한의 디자인』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람스가 남긴 포괄적 집대성이며, 특별히 촬영한 크론베르크에 있는 자택 사진이 실려 있다.

람스는 브라운에서 일할 당시 디자인했던 제품을 두고 “시선을 끌지 않는 과거의 시종처럼 배경의 일부로 머물러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
by Molly Mandell

디터 람스는 1970년대에 ‘적지만 더 나은’ 디자인이라는 만트라를 조금씩 확장해서 좋은 디자인의 구성요소에 대한 간명한 원칙을 완성해나갔다. 1975년의 강의에서 세 가지 원칙을 세운 데서부터 시작해서 1985년에는 현재의 10계명이 완성되었다. 람스의 직설적인 원칙은 디자인계의 아이콘이 되었으며 지금도 <무지>의 켄야 하라와 <애플>의 조나단 아이브 등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람스의 아이디어는 2011년 람스의 커리어에 관한 4백 쪽에 달하는 책『디터 람스: 최소한의 디자인』을 출간한 파이돈 등의 출판사 덕분에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유용성을 높인다.
3.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5.
좋은 디자인은 지나치게 눈에 띄지 않는다.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래 간다.
8.
좋은 디자인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철저하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이다.
10.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최소의 디자인이다.

2011년 <파이돈>이 출간한 『디터 람스: 최소한의 디자인』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람스가 남긴 포괄적 집대성이며, 특별히 촬영한 크론베르크에 있는 자택 사진이 실려 있다.

람스는 브라운에서 일할 당시 디자인했던 제품을 두고 “시선을 끌지 않는 과거의 시종처럼 배경의 일부로 머물러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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