٢٠١٢년, 고난받는 그리스도를 표현한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의 프레스코화 「에케 호모Ecce Homo」(보라 이 사람이로다)가 언짢은 감자와 주름 칼라를 단 원숭이를 섞어놓은 모습으로 터무니없이 어설프게 복원되자 미술계는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격분은 금방 환호로 바뀌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그 그림에 ‘에케 모노Ecce Mono(이 원숭이를 보라)’라는 웃긴 애칭을 붙이거나, 「모나리자」, 「절규」, 「최후의 만찬」의 출연진 전원에 똑같은 감자 얼굴을 붙여 넣었다. 아마추어 복원가인 ٨١세의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유명세를 타면서 그녀가 사는 스페인 보르하도 덩달아 관광 명소가 되었다. 지난 ٨년간 수십만 방문객이 히메네스의 원숭이 예수를 보려고 그곳을 찾았다. 미국의 작곡가 폴 파울러와 극작가 앤드류 플랙은 한술 더 떠서 이 사건을 소재로 「보라 이 사람이로다, 세실리아의 오페라」라는 희가극을 제작해, ٢٠١٦년에 보르하를 찾은 청중 ٧٠٠명 앞에서 초연했다. 이 엉터리 복원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복원 작업에 관여하는 사람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스페인만 해도, 지난 몇 년 사이 아마추어 화가들이 뜻하지 않게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 중요한 미술품이 몇 점 있다. ١٦세기 성 조지 조각상을 만화풍으로 도색하거나, ١٨세기 성가족 조각상 두 점에 요란한 색을 입혔고, 지난여름에는 ١٧세기 작품인 「무원죄 잉태」 속 마리아를 기막히게 맹한 얼굴로 재해석했다.¹ 미술사학자와 복원 전문가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결과물이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다. 쌤통의 심리 때문에 킥킥대며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다. 모든 아마추어와 주말 예술가는 야망과 능력의 괴리에 깊이 공감하므로 그것은 좀 더 너그럽고 자기반성적인 즐거움에 가깝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망친 결과물은 야망을 따라가지 못한 과정의 일부임을 우리는 이해한다. 사실 그것은 예술 작품 본질의 일부이기도 하다. 영국의 가구 디자인 교수 데이비드 파이는 고품질 공예품을 “결과물의 품질이 미리 결정되지 않고 만드는 이의 판단, 솜씨, 정성에 좌우되는 위험 부담을 내포한 기술”로 보았다. 실패의 가능성은 작업을 가치 있게 만든다. 그럼에도 실패한 결과물은 대체로 빛을 보지 못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버리거나, 다시 만들거나, 체념하고 조용히 품고 간다. 하지만 사람들이 쫄딱 망한 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내게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² 판단 착오, 엉성한 솜씨, 경솔한 결과는 모두 친근해서 매력적이다. notes 1. 2020년 11월, 스페인의 보존 전문가들은 복원 작업을 거친 팔렌시아의 여성 흉상이 ‘감자 머리’와 비교되는 수모를 당하자 복원에 대한 국가의 허술한 관리에 다시 한번 실망을 표시했다. 2. 우리는 압도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색다름 때문에 고미술과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특이한 세부 표현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예술가의 인간미를 느끼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토스카나의 중세 프레스코화 「다산의 나무」(오른쪽 그림)는 희한한 모양의 열매 덕분에 유명해졌다. notes 1. 2020년 11월, 스페인의 보존 전문가들은 복원 작업을 거친 팔렌시아의 여성 흉상이 ‘감자 머리’와 비교되는 수모를 당하자 복원에 대한 국가의 허술한 관리에 다시 한번 실망을 표시했다. 2. 우리는 압도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색다름 때문에 고미술과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특이한 세부 표현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예술가의 인간미를 느끼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토스카나의 중세 프레스코화 「다산의 나무」(오른쪽 그림)는 희한한 모양의 열매 덕분에 유명해졌다.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문제적 물건 십자말풀이의 검색하는 역사. Arts & Culture 단어: 초객체(Hyperobject) 명명하기에 너무 거대한 것들을 이르는 단어. Arts & Culture 휩쓸림 영화 속 악천후의 짧은 역사. Arts & Culture 경지에 이르러 포스트 팬데믹의 피로감을 벗어나는 길. Arts & Culture 파파 에시에두 영국의 연극배우가 새로운 플랫폼에 서다. Arts & Culture 에바 빅터 네이선 마가 에바 빅터를 만나다: 자신의 아파트를 떠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업계를 바꾸는 캐릭터 코미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