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는 세월 동안 헬라 용에리위스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며, 전통 공예 기법을 현대 공정에 조합해왔다. 그녀는 자신의 디자인 스튜디오 용에리위스랩과 함께 <비트라>의 작지만 대표적인 벽 부착형 걸이 제품인 ‘코트 닷’부터 네덜란드 항공의 기내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했다. 또한 그녀는 영향력 있는 색채이론가이자 「I Don’t Have a Favorite Colour: Creating the Vitra Colour & Material Library가장 좋아하는 색은 없다: 비트라 색과 재료 총람 만들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베를린에 사는 용에리위스에게 디자인은 개인적 탐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는 경제와 문화, 제조업, 인간 조건 등을 다루는 절박한 사회적 질문과도 관련되어 있다.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열린 그녀의 최근 전시회 「직조된 코스모스Woven Cosmos」는 생산과 물질 소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시대에서 디자인에 대해 질문하는 자리였다. NANA BIAMAH-OFOSU: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디자이너 정신을 규정한다면요? HELLA JONGERIUS: 저는 산업디자인 분야에 확립된 경계 내부에서 변화를 이끌고, 경계를 밀어내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디자이너가 됐어요. 저의 방법론은 예술가의 활동 과정을 포함하면서도 강한 사회적, 정치적 의제와 함께 물질과 생산 체계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어요. 저는 디자이너로서 나름의 질문이 있으니까, 단지 서비스로서의 산업디자인에는 흥미가 없어요. 산업디자인을 자원으로 활용해 세상에서 뭔가를 변화시키고 싶어요. NBO: 그런 질문들은 어떻게 생겨난 건가요? 혹시 어린 시절에 일상에서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 어떤 대상이 있었던 건지 궁금해요. HJ: 저는 농장에서 자랐어요. 주변에서 디자인이나 예술 작품을 찾아보기는 힘들었죠. 하지만 당시는 1970년대였으니까 그때 어린이들은 이것저것 만들면서 시간을 보냈잖아요. 뜨개질이나 자수, 도예를 하면서 재료에 흥미를 갖게 되었죠. 그러다가 전공을 정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을 때, 창의적인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건 확실했지만, 예술 활동에는 확실한 경계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어요. 산업디자인 공부는 철저한 공정과 함께 창의적 배출구가 되어주었죠. NBO: 초기에는 개념적 작업으로 유명한 <드룩Droog>에서 경력을 쌓았는데, 그 이력이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HJ: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아직도 근대적 전통을 따르는 학습법을 마주하게 됐어요. 대상이 소통하는 내용보다는 형태와 외양을 우선시했죠. 교육과 초기 경험을 통해서 저는 이런 전통에 맞서고 이미 확립된 디자인의 사일로에서 나오는 길을 안내해준 스승들을 만났어요. 해방되는 기분이었어요. 완벽함과 불완전함이라는 개념은 저에게 매우 중요해졌고 불완전함이 산업 공정 내에서 개별성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강한 흥미를 느꼈어요. 제가 품었던 질문들은 진화해서 이제는 도덕적 쟁점에 집중하고 있어요. 감촉성이 가지는 치유와 변화의 힘에 대해 예술적으로 접근하고 질문하고 있고요. NBO: 예술과 과학으로서의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데요. 선생님의 작업은 예술과 과학 두 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접근하는 것 같아요. HJ: 제 작품에서 예술과 과학의 경계는 유동적이에요. 바로 그런 이중성이 중요해요. 대상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원하는 효과를 만들어내려면 물질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하니까요. NBO: 작품의 색은 어떤 식으로 접근하나요? HJ: 저에게 색은 물질이에요. 대상의 물질성과 질감, 광원과 시간 같은 맥락과 관련되어 있죠. <비트라>에서 했던 작업은 디자이너들이 물질과 색을 맥락에 맞게 사용하는 방식을 파악해 공통의 자료집을 만드는 일이 중심이었어요. 디자이너들의 기록물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주변 환경과 영향을 파악하면서요.1 NBO: 예전에 “하나의 색은 오직 이웃들이 있기 때문에 색이 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여기에 대한 응답으로 「컬러 캐처」를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는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HJ: 「컬러 캐처」는 종이로 형태를 잡은 다면체에 농도가 아주 진한 염료를 칠한 오브제예요. 여러 각도에서 빛을 받을 수 있어서, 다양한 조건에서 색이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는지 연구하기에 좋은 작품이죠. 저는 업계 표준인 평면의 색상 본보기가 너무 제한적이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해왔어요. 여러 다른 상황에서 그림자와 함께 보지 않으면 특정한 색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NBO: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다는 점이 선생님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공예 기법을 적용한 작품도 있어요. 이런 아이디어들이 작업에 어떤 역할을 할까요? HJ: 위빙으로 예를 들어보죠. 위빙은 암호화된 공정이에요. 날실인 0과 씨실인 1만 있죠. 본질적으로 매우 느린 공예에 뿌리를 내린 디지털 공정인 거예요. 위빙은 산업적 공간 안에서 발전해온 기술로 지금은 매우 효율적이죠. 하지만 공예의 요소는 희생당해왔어요. 저는 디자이너로서 위빙을 순수하게 공정으로 보기보다는 공예로 인식해요. 우리 언어에 깊이 새겨진 문화적 주제예요. 효율성으로 향하는 이런 경향 때문에 직기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어요. 위빙을 새롭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바라보고 창의성을 불어 넣는 데 몰두해보려고요. 처음에는 파리의 라파예트 안티시패이션스 재단에 직기를 설치했어요. 건물의 여러 층 높이까지 우뚝 솟은 직기에서 석 달에 걸쳐 3D로 직조된 형태가 만들어졌지요. 베를린의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최근에 열린 전시회「직조된 코스모스」는 비슷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어요. 현재 가장 중요한 질문은 위빙의 미래에 관한 거예요. 전통적 위빙과 혁신적 기술과 어떻게 조화해서 쓰임이 다양하고 더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직조물을 만들지 고민하고 있어요. 산업과 건설 분야에서도 쓰일 수 있는 재료를 만드는 거죠. NBO: 시제품도 만들었나요? 건축과 건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HJ: 저는 신속한 해결책에는 관심이 없어요. 전체론적인 접근법에 더 흥미가 있죠. 문화 단체와 일하면 길을 잃는 사치를 부릴 수 있어 좋아요. 상업적 고객과 일하면 그런 기회를 늘 누리지는 못하죠. 이 작업이 어디로 이끌어줄지, 어떤 혁신을 가져올지 지켜보는 게 재미있죠. 저는 그런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NBO: 전시회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디자인과 효율성을 코스모스에 연관된 아이디어로 보는 것 역시 흥미로운 지점인데요. 우리는 더 많은 디지털 기술을 지향하며 빠르게 혁신하고 있는데, 인간 척도(인간에게 적합하거나 인간에게 통하는 척도로, 특히 건축이나 디자인 계획이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기준이다)는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HJ: 우리의 생산 방식에서 인간 척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게 유지하는 것이 우리가 순환 경제를 발전시키는 방법이에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것만 디자인하고 생산해야 해요. 우리가 지구를 망쳤지만, 출구도 디자인할 수 있어요. 지금은 이 문제가 디자이너에게 20년이나 30년 전보다 훨씬 더 절박해졌어요. 본질적으로 저는 직기를 우주적인 것으로 인식해요. 세계를 위한 새로운 직물을 짠다는 의미로요. 우리는 이 시의적절한 세계에서 무엇을 짤지 선택함으로써 운명을 바꿀 수 있어요. 그건 인간 척도에 관한 문제이자, 디자인 안에서 인류의 흔적을 지키는 일이죠. (1) <비트라>의 색과 재료 책임자로서 용에리위스의 작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물체를 제조하는 디자인 컨베이어 벨트에서 내려오려는 결연한 노력의 일환이다. 2014년 그녀가 『디진Dezeen』에서 말했듯이 “왜 매년 새로운 물건을 만들까요?… <비트라>에는 훌륭한 물건이 있어요. 그건 저를 다른 차원에서 필요로 하고, 그 점이 바로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이 기사는 킨포크 42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구입하기 (1) <비트라>의 색과 재료 책임자로서 용에리위스의 작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물체를 제조하는 디자인 컨베이어 벨트에서 내려오려는 결연한 노력의 일환이다. 2014년 그녀가 『디진Dezeen』에서 말했듯이 “왜 매년 새로운 물건을 만들까요?… <비트라>에는 훌륭한 물건이 있어요. 그건 저를 다른 차원에서 필요로 하고, 그 점이 바로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이 기사는 킨포크 42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구입하기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Design 피에르 잔느레를 감상하다 칼레 구스타프손의 피에르 잔네르의 가구 컬랙션은 이 디자이너의 유명한 협업자, 르 코르뷔지에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한다. Design 디베도 프랜시스 케레 부르키나파소의 초등학교에서 세계로: 나나 비아마-오포수가 낭만과 실용을 결합하는 건축가를 만나다. Design 일터에서: 오리오르 브라이언 응이 뉴욕에서 가장 사랑받는 가구를 만드는 아일랜드 가족을 만나다. Design 디터 람스: 최소한의 디자인 자신을 디자인계의 전설로 만들어준 사람들과 원칙에 대한 디터 람스의 술회. Design 파트리샤 울퀴올라 카시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서울에서의 조우. Design Arts & Culture 마요르카의 타일 회사 비엘 우게트는 알록달록한 시멘트로 섬의 역사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