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마크 맥걸은 평소처럼 <아마존> 택배 상자를 열면서 이 거대 기업이 소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마존>이 책 판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현재 미국에서 구매되는 책의 50٪에서 80٪가 이 회사를 통한다), 소설의 형식에 국한해서는 그 영향에 대한 고려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문학 교수이며, 모든 것, 그보다 덜한 것: 아마존 시대의 소설(Everything and Less: The Novel in the Age of Amazon)의 저자이기도 한 맥걸은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읽힌 (그리고 안 읽힌) 책의 목록을 총망라해보기 시작했다. <아마존>에는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Kindle Direct Publishing) 같은 자비 출판 프로그램이 있어서 수천 명의 작가들이 전통적인 등용문을 통하지 않고도 책을 펴낼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셀 수도 없이 많은 책이 나왔다. 영상통화 인터뷰에서 그는 “만약 출판된 책의 양으로만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소설의 황금시대에 있는 셈이에요.”라고 말했다. “철저히 대중적이며 포퓰리즘적인 것들에 밀려 전통적인 문학 문화는 색을 잃어버렸죠. 꽤 많은 부분에서 <아마존>의 후원이 그렇게 만든 겁니다.” 셀프 퍼블리싱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고, 고도로 독특한 장르를 태어나게 했다. 맥걸이 ‘성인 아기 기저귀 애호 성애’, ‘릿RPG(litRPG)’(‘레디플레이어원’ 같은 몰입형 비디오게임의 형태를 채용한 소설)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아마존>의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통적인 출판사로도 확장되며, 부와 권력에 집착하거나 그 그늘에 사로잡힌 감정에 대한 스토리의 유행을 이끌게 된다. E L 제임스의 베스트셀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처음에 셀프 퍼블리싱으로 나온 전자책이었는데, 맥걸이 ‘알파 억만장자 로맨스’라고 부르는 장르를 탄생시키게 되었다. 짐작되듯이 이 장르는 주로 강인하고 부유한 남성에게 끌리는 주인공들을 다룬다. 그리고 문학계가 상업의 힘에 눌려 쇠약해져가는 것과 같이 주인공들도 이들 명성이 자자한 소설 속에서 위축되어간다. 전통적인 출판사에서 나오는 문학을 읽으면서는, 맥걸은 이번에는 마치 <아마존>이 뒤를 받쳐주는 억만장자에 딱 맞춰 대응하려고 나타난 것 같은 남자 등장인물들을 계속해서 마주치게 되었다. 이를테면 ‘베타 지적 로맨스’라고 할 일련의 작품 속 남성들은 답답하고, 예민하며, 자신들의 사회적 파워가 쇠퇴해가는 일로 고통받는다. (그러나 여성의 시간을 낭비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상대인 알파 쪽 남성들에 뒤지지 않는다.) 맥걸은 <아마존>의 라이징 파워에 대해 누구 못지않은 냉철한 시선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세상에 나온 수많은 책들을 훑어보면서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소설 쓰기의 방법이 생긴 겁니다. 코퍼레이트 드론(corporate drone, 기업을 위해 기계적으로 일하는 로봇 같은 존재–옮긴이)의 삶에 동화되어 항상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로서는 거의 불가능했던 방법이죠. 당신의 노트북 앞에 앉아 당신의 소설을 쓰는 겁니다. ‘당신’의 소설을 말예요.” 업무 요구가 그처럼 늘어나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소설을 쓴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거의 기적 같은 일이다. 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구입하기 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구입하기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예감 사무소 불길한 예감에 관한 네 가지 질문 Arts & Culture 바로잡기: 자연발생설 생명의 기원에 관한 흥미로운 이론 Arts & Culture 보고서: 더 디지털스 세계 최초 디지털 슈퍼모델 에이전시의 운영자를 만나보자. Arts & Culture 시그널 부스트 지위 불안은 어떻게 문화를 충동하는가. Arts & Culture 내가 가장 아끼는 것 데이비드 에리트조가 환각적인 생각을 촉발하는 바이알. Arts & Culture 지옥에 갈지어다 '악마의 변호인’이 필요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