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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

초대받은 이들을 배려하며 모임을 여는 에티켓
글 by ALEX AND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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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이들을 배려하며 모임을 여는 에티켓
글 by ALEX ANDERSON.

테이블에 둘러앉은 친구들에게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내놓는다.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기분 좋은 순간도 없을 것이다. “함께하는 식사는 위안을 줍니다.” 「The Rituals of Dinner」의 저자 마거릿 비저(Margaret Visser)가 말했다. 겉으로는 그저 유쾌해 보이는 격식 없는 자리이다. 가벼운 식사 모임에 “잠깐 얼굴 비춰.”라고 편한 말투로 초대하지만, 사실은 이런 초대 이면에는 엄밀히 기준이 존재한다. 비저는 이를 ‘현대식 매너’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격식을 덜 차리도록 강요하는 것” 즉 우리가 캐주얼하게 행동하는 것은 누군가를 위한 배려이다. 그 배려가 부족하면 식사는 어색하고 불편해진다. 편한 모임에 화려한 파티드레스를 차려입고 가면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도 신경 쓰여 불편해한다. 즐겁고 편안한 식사를 하려면 당신도 다른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

엄격한 예절과 매너가 중시되었던 과거에도 그랬다. 식사 예절 정도는 알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만 접시 양옆으로 놓인 포크와 스푼 중 어느 것을 고를까 남몰래 고민하지 않고 디너를 즐길 수가 있었다. 18세기 프랑스 미식가 장 앙텔름 브리야 샤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은 즐거운 식사를 위한 네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그런대로 먹음직스러운 음식, 좋은 와인, 마음이 통하는 상대, 그리고 넉넉한 시간’을 꼽았다. 엄격한 식사 예절과 사회 관습이 중시되는 시대에 식사에 초대된 손님들은 우아한 매너를 갖추고 서빙하는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대해야 했다. 예의에 맞는 옷차림, 재치 있는 말솜씨, 그리고 음식에 알맞은 커트러리를 사용하며 고상한 문화를 따름으로써 “사람들의 몸과 영혼 모두 특별한 웰빙 누릴 수 있다.”고 브리야 샤바랭은 말한다.

300년 후 식사 예절과 커트러리는 달라졌지만, 브리야 샤바랭이 주장한 네 가지 조건은 아직 유효하다. 요리사로 명성이 높은 M. F. K 피셔는 20세기에 가장 많은 요리 저서를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책 「The Gastronomical Me」는 요리사로서 겪은 흥미로운 일화들을 담고 있다. 한번은 그녀가 일하던 식당의 아주 좁은 주방에 손님들을 초대한 적이 있다. “손님들에게 두세 가지 음식을 대접했어요. 음식이 맛없는 사람들은 꼭 테이블에 앉아 있지 않아도 되었어요. 또 대화에 끼지 않아도 됐죠.” 피셔는 손님들이 낡은 에티켓을 버리고 편하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몇몇 손님은 잘 받아들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간혹 당황한 손님들은 괜히 웨이터를 찾는 척을 했다. 어리둥절해진 배고픈 사람들은 직접 부엌에 가서 음식을 챙겨 먹기도 했다. 하지만 먹고 떠드느라 커피잔과 디저트 접시가 비어가자 사람들은 긴장을 풀고 격의 없이 그 시간을 즐겼다.

에티켓의 진화는 아주 광범위하고 복잡 미묘하다. 격식 있는 옷을 차려입지 않고 커트러리 구별 없이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좋은 변화 같다. 이렇게 현대식 매너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지만, 오히려 모호한 기준에 맞춰야 해서 더 부담이 될 때도 있다. 우리를 편안하게 해준다는 단서는 많지만, 그 어디에도 써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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