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 격리 기간에는 무슨 일을 하면서 마음을 달랬나요?
DH: 책을 많이 읽었어요. 평상시에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요. 미친 듯이 읽었달까요. 그리고 스포츠에 심취했죠. 스포츠는 제 첫사랑이나 마찬가지거든요.
KM: 즐겨 하는 종목이 있나요?
DH: 저는 테니스 광팬이에요. 매일 쳐요. 그리고 축구도 해요. 미식축구 말고 그냥 축구요. 두 팀에서 뛰고 있었는데, 최근에 다쳐서 그만뒀어요.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쯤에는 복귀할 거예요. 테니스와 풋볼은 정말이지 제 인생의 전부였어요. 거기서 제 인생이 시작됐으니까, 더 뜨겁게 돌아온 거예요. 우리는 나이가 들면 뭔가 제대로 할 수 없다거나, 새로 시작할 수 없다고 믿는 것 같아요. 완벽하게 익힐 수 없으면 나쁜 걸로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재미있게 즐기고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정말정말 잘하지 못 할 바에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저는 거기에 강력히 반대해요.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블러드 오렌지와 관련된 모든 일이 정말로 그런 것 같아요. 다 재미로 한 일이거든요. 자기만족으로요. 이를테면 저는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모든 미술 작업을 직접 했거든요. 순회공연 포스터가 필요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가 했어요. 관련 상품 제작이나 뭐 그런 것도 다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래픽디자인의 대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3 제가 탐구하고 싶은 영역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그런 일을 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하지만 운 좋게도 제가 만들어내고 일하는 이 세계의 맥락 안에서, 재미있게 가지고 놀 만한 대상인 거죠.
KM: 현재 시점에서 가장 놀랍거나 새롭게 발견한 사실은 무엇인가요?
DH: 요즘에는 바깥의 시끄러운 소리에 전보다 덜 신경 쓰는 것 같아요. 전에도 거의 신경 쓰지 않긴 했지만요. 너무 상투적으로 들리는데, 소셜 미디어나 인스타그램 뭐 그런 종류의 것들을 말하는 거예요. 저는 현실 세계의 경험에 대한 의지가 있어요.4
KM: 현실 세계의 경험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뜻인가요?
DH: 맞아요. 하지만 이집트로 여행을 간다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는 의미로요. 사람들은 모든 것이 이 작은 스마트폰 안에 산다고 믿게 만들려고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게 정말 암울하게 느껴지거든요. 정말 역겨운 기분이 들어요. 저는 그냥 그런 쪽으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원하고, 이 세상에 그저 존재하고 싶어요.
KM: 감독으로서 장편영화를 만들 생각은 안 해봤나요?
DH: 생각해본 적 있어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하는데, 저는 그래도 예술 형식은 항상 존중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절대로 무작정 뛰어들고 싶지는 않아요. 블러드 오렌지 작업을 할 때처럼 저 스스로 자연스럽게 느껴지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표현을 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형식이 되는 지점에 이르렀으면 좋겠어요.
KM: 블러드 오렌지의 다음 작업은 뭘까요? 지금 창작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DH: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블러드 오렌지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다음번에 또 하게 될지 어떨지는 저도 몰라요. 새 프로젝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언제가 될지 어떻게 하게 될지는 몰라요. 제가 작업을 하는 건, 언제나 작업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라이브 쇼는 확실히 없어요. 그건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한동안 어떤 형태의 라이브 쇼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음악은 아마 2년 안에 나올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