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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
하인즈

무엇의 대가도 아닌 존재의 무한한 잠재력.

지난 몇 년에 걸쳐, 데브 하인즈로 알려진 음악가는 음악 외에도 유명한 르네상스 예술가로 성장했다. 고향인 영국에서 밴드 ‘테스트 아이시클스Test Icicles’로 음반을 출시한 그는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가 ‘라이트스피드 챔피언Lightspeed Champion’으로 활동하다가 2011년에 처음 ‘블러드 오렌지Blood Orange’로 무대에 올랐다.1 그의 예명 중에서 가장 알려진 이 이름으로 그는 일렉트로니카와 R&B를 섞고, 자신만의 부드럽고 멜랑콜리한 가성을 곁들인 음반들을 제작했다. 그는 다섯 장의 블러드 오렌지 앨범 외에도, 영화와 TV 음악을 작곡했고 (HBO 드라마 「인 트리트먼트」와 2019년 영화「퀸 앤 슬림」 등이 있다),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와 토로 이 모아Toro y Moi, 솔란지Solange, 프로젝트 팻Project Pat, 디디Diddy처럼 한꺼번에 언급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예술가들과 협업했다.

그의 앨범과 함께 제작한 뮤직비디오들은 시적이면서 기발하고,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상식을 벗어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이 뮤직비디오의 감독이 예술적 성과에 관해 이야기할 때 주는 인상과 일치한다. 그렇다. 감독은 바로 데브 하인즈다. 음악을 만드는 일부터 앨범에 쓸 활자체를 디자인하는 일까지 모든 것을 하는 능력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광적인 욕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도전에서 기인한 것이다.

KM: 활동할 때 사용한 이름이 여러 가지에요. 블러드 오렌지, 라이트스피드 챔피언, 그리고 작곡할 때는 본명을 사용하고요. 혹시 그런 이름들이 얼터 에고라면 어디에서 유래하고, 어떤 의도가 있는 건가요?

DH: 저는 늘 사람은 저마다 다양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에도 기분이 다양하게 변하고, 흥미도 달라지죠. 우리는 많이 흔들리고 오락가락하니까요. 음악에서 제가경험한 바로는, 특히 백인 남성일 경우에는 다양한 감정을 가지는 게 잘 허락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또 잠재의식 속에서 저는 모든 걸 구분 짓는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뭔가 (새로운 것을) 할 때, 사람들이 “어, 좀 다르잖아!”라고 말하지 않게 말이에요.

KM: 다른 예술가와 협업으로 곡을 만들고, 영화나 TV 음악 작업도 하잖아요. 그럴 때 다른 존재의 본질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자신의 비전도 끌어오는 방법은 뭔가요?

DH: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죠. 저도 몇 명 알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더라고요. 협력적인 작업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우리는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이에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면이 힘들 수도 있어요. 힘들게 일했는데, 음악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냥 “다시하세요.”라고 말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럴 때 뇌가 흥미롭게 반응하는데, 제가 보통 작품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감정을 넣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아주 까다롭게 굴거나 그러진 않아요. 때로는 아주 기술적인 문제일 수도 있어요. 퍼즐을 푸는 것과 비슷하죠. 아, 제가 퍼즐을 하는 건 아니고요. 하지만 사람들이 퍼즐을 다 맞추면 성취감을 느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꼭 창의적인 성취감은 아니잖아요. 어쨌든 뭔가를 느끼는 거죠. 그게 바로 이런 작곡이나 편곡 일과 비슷한 것 같아요.

(1) 테스트 아이시클스는 급조된 3인조 펑크 밴드였다. 단 한 장의 앨범만 출시했지만, 영국의 공연 무대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인즈는 밴드를 해체하면서 음악 잡지 『NME』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음악에 그렇게 심취한 적은 없었어요.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좋아했다는 건 알지만, 우리는 개인적으로는, 음, 좋아하지 않았어요.”

KM: 까다롭게 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DH: 제가 작곡하거나 참여한 곡의 30~40%는 결국 다른 사람들의 노래가 돼요. 지금 작업하는 것도 틀림없이 블러드 오렌지 같은 곡이 되었을 텐데, 사람들이 들어보더니마음에 들어 하고 아이디어를 냈어요. 뭐랄까, ‘이건 내 앨범에 넣을 거야’라고 정해놓고 작업하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저는 항상 작업이 외부의 생각과 소통하길 원해요. 그러면 제 머릿속을 벗어난 어딘가로 갈 수 있으니까요. 제가 믿고 존중하는 사람에게는 깐깐해지지 않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것, 끌어낼 수 있는 것, 또 할 수 없는 것을 알면 정말 대단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KM: 다른 영역이나 장르, 악기를 탐구해보고 싶어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예술가들도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창의성을 펼칠 수 있었나요?

DH: 얼마 전에 어떻게 다양한 창의성이 있는지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먼저 예술가라는 직함을 생각하고, 그다음에 예술가가 되기 위해 할 일을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가 하면 그저 눈여겨보고 배우는 사람들도 있죠. 거기에서 뭔가가 만들어지면 창의적인 게 되는 거고요. 저는 후자에 속하는 것 같아요. 블러드 오렌지는 표현의 방식이거든요. 한 가지 목표로 단순화한다면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그저 보는 거예요. 저는 음악을 하나의 경로로 활용해, 제가 보고 영감을 받는 모든 것들을 탐험하고 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세계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것을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는 거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면 대단한 힘이 돼요.”

KM:어렸을 때는 어떤 음악에 관심이 있었나요?

DH: 자랄 때는 클래식 음악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했던 건 뮤직비디오와 MTV죠. 잉글랜드에서는 정말 닥치는 대로 나오는 뮤직비디오 채널이 있었어요. 거기서 많은 걸 배웠어요. 에식스에 있으면 음악을 탐구할 만한 방법이 많지 않아요. 도서관에 가서 CD를 빌리거나, ‘버진 메가스토어’에서 훔치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MTV를 보는 게 전부였어요.2 하루 사이에 앨리스 인 체인스에서 데스티니스 차일드, 슬립낫, LL 쿨 J, 또 펫샵보이즈를 오가며 틀어줬어요. 그 모든 것이 저에게 영감을 주었고, 저는 받아들이기만 했어요.

KM: 숙달의 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가치 있다고 생각하나요?

DH: 악기에 관해서는, 저는 아무것도 숙달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제가 정말 잘하는 건 시작과 마무리에요. 그 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덕분에 사람들의 세상이 활짝 열렸거든요. 자신이 뭘 잘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하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어요. 그게 바로 블러드 오렌지 에너지 같은 거예요. 저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뿐이에요. 그리고 그 중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거죠.

 

(2) 하인즈의 뮤직비디오에는 뉴욕 생활의 자연주의적인 이미지를 이용하는 작품이 많다. 하지만 「벤조」 (2019)에서는 고도로 양식화된, 마리 앙투아네트와 유사한 세계에 그가 등장한다.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한계를 밀어붙여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오직 이 뮤직비디오에만 존재하는 세계가 있는, 그런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KM: 격리 기간에는 무슨 일을 하면서 마음을 달랬나요?

DH: 책을 많이 읽었어요. 평상시에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요. 미친 듯이 읽었달까요. 그리고 스포츠에 심취했죠. 스포츠는 제 첫사랑이나 마찬가지거든요.

KM: 즐겨 하는 종목이 있나요?

DH: 저는 테니스 광팬이에요. 매일 쳐요. 그리고 축구도 해요. 미식축구 말고 그냥 축구요. 두 팀에서 뛰고 있었는데, 최근에 다쳐서 그만뒀어요.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쯤에는 복귀할 거예요. 테니스와 풋볼은 정말이지 제 인생의 전부였어요. 거기서 제 인생이 시작됐으니까, 더 뜨겁게 돌아온 거예요. 우리는 나이가 들면 뭔가 제대로 할 수 없다거나, 새로 시작할 수 없다고 믿는 것 같아요. 완벽하게 익힐 수 없으면 나쁜 걸로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재미있게 즐기고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정말정말 잘하지 못 할 바에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저는 거기에 강력히 반대해요.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블러드 오렌지와 관련된 모든 일이 정말로 그런 것 같아요. 다 재미로 한 일이거든요. 자기만족으로요. 이를테면 저는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모든 미술 작업을 직접 했거든요. 순회공연 포스터가 필요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가 했어요. 관련 상품 제작이나 뭐 그런 것도 다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래픽디자인의 대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3 제가 탐구하고 싶은 영역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그런 일을 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하지만 운 좋게도 제가 만들어내고 일하는 이 세계의 맥락 안에서, 재미있게 가지고 놀 만한 대상인 거죠.

KM: 현재 시점에서 가장 놀랍거나 새롭게 발견한 사실은 무엇인가요?

DH: 요즘에는 바깥의 시끄러운 소리에 전보다 덜 신경 쓰는 것 같아요. 전에도 거의 신경 쓰지 않긴 했지만요. 너무 상투적으로 들리는데, 소셜 미디어나 인스타그램 뭐 그런 종류의 것들을 말하는 거예요. 저는 현실 세계의 경험에 대한 의지가 있어요.4

KM: 현실 세계의 경험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뜻인가요?

DH: 맞아요. 하지만 이집트로 여행을 간다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는 의미로요. 사람들은 모든 것이 이 작은 스마트폰 안에 산다고 믿게 만들려고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게 정말 암울하게 느껴지거든요. 정말 역겨운 기분이 들어요. 저는 그냥 그런 쪽으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원하고, 이 세상에 그저 존재하고 싶어요.

KM: 감독으로서 장편영화를 만들 생각은 안 해봤나요?

DH: 생각해본 적 있어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하는데, 저는 그래도 예술 형식은 항상 존중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절대로 무작정 뛰어들고 싶지는 않아요. 블러드 오렌지 작업을 할 때처럼 저 스스로 자연스럽게 느껴지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표현을 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형식이 되는 지점에 이르렀으면 좋겠어요.

KM: 블러드 오렌지의 다음 작업은 뭘까요? 지금 창작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DH: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블러드 오렌지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다음번에 또 하게 될지 어떨지는 저도 몰라요. 새 프로젝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언제가 될지 어떻게 하게 될지는 몰라요. 제가 작업을 하는 건, 언제나 작업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라이브 쇼는 확실히 없어요. 그건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한동안 어떤 형태의 라이브 쇼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음악은 아마 2년 안에 나올 것 같아요.

 

(3) 2020년 6월, 하인즈는 ‘흑인 생명과 성소수자 자유를 위한 운동 기금Movement For Black Lives and the LGBTQ Freedom Fund’을 위해 ‘브레인 데드’ 브랜드와 함께 디자인한 티셔츠를 판매해 이틀 동안 5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그는 티셔츠에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흑인 문화를 뽑아간 비-흑인 예술가들에 대한 비평의 의미로 “If You Love Black Culture Protect Black Lives(흑인 문화를 사랑한다면 흑인 생명을 보호하라)”라는 문구를 넣었다.

(4) 하인즈는 2015년 처음으로 소셜 미디어 사용을 중단하면서, 온라인에 존재하는 자신과 현실 사이에서 느꼈던 단절에 관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신은 이 글을 적는 나를 보거나 음악을 하는 나를 볼 수도 있고, 블러드 오렌지로 혹은 데브 하인즈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아가면 나는 그저 한 명의 흑인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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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2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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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20년 6월, 하인즈는 ‘흑인 생명과 성소수자 자유를 위한 운동 기금Movement For Black Lives and the LGBTQ Freedom Fund’을 위해 ‘브레인 데드’ 브랜드와 함께 디자인한 티셔츠를 판매해 이틀 동안 5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그는 티셔츠에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흑인 문화를 뽑아간 비-흑인 예술가들에 대한 비평의 의미로 “If You Love Black Culture Protect Black Lives(흑인 문화를 사랑한다면 흑인 생명을 보호하라)”라는 문구를 넣었다.

(4) 하인즈는 2015년 처음으로 소셜 미디어 사용을 중단하면서, 온라인에 존재하는 자신과 현실 사이에서 느꼈던 단절에 관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신은 이 글을 적는 나를 보거나 음악을 하는 나를 볼 수도 있고, 블러드 오렌지로 혹은 데브 하인즈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아가면 나는 그저 한 명의 흑인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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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2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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