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폰

2014년에는 아이폰 5가 최신 휴대전화기였다. 그 무렵 리아나의 이미지가 온라인에 유포되기 시작했다. 뉴욕의 한 술집에서 나오며 플립폰으로 대화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 그 사진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멋진 여성으로 꼽히는 사람이 인터넷을 거부하는 모습은 일명 덤폰(dumb phones)으로 알려진 그 전화기에 유명세를 더해주었다.

인터넷이 안 되는 휴대전화기는 한 번도 생산이 중단된 적이 없었다. 스마트폰이 우리 시간을 전에 없이 많이 잠식하게 된 최근 몇 년 동안 앱과 4G와 와이파이에 덜 의존하려는 소비자의 욕구에 힘입어 구형 휴대전화기의 판매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구형 휴대전화기를 쓴다고 생각하면 처음에는 불안할 수도 있지만(집 밖에서 오프라인으로 지내기는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으므로), 보상은 의심할 여지없이 매력적이다. 보통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뉴스를 보는 데 몰두하던 시간이 남아 여유가 생긴다. 그 순간과 주변 사람들에게 더 큰 관심을 줄 수 있다. 또한 우리 데이터를 세상에서 거둬들이고, 우리를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고, 광고주들의 접근도 막는 매력도 있다. 한 신생 기업은 덤폰의 아이디어를 극단까지 밀어붙여서 단돈 12달러에 단단한 플라스틱 블록인 ‘노폰’을 판매한다. 액정 화면에 중독된 사람들을 위한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기 대용품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접속하고 싶은 우리의 욕구가모형 전화기로 해소될 것인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다른 회사들도 절충안을 내놓고 있다. 라이트 폰은 ‘최소의’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적게 사용하도록 고안’되었다. 소셜 미디어나 뉴스, 이메일, 인터넷 기능이 없고 단지 통화와 문자메시지, 음악 재생, 알람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기능은 노키아 3210(원조 덤폰)인 전화기에 스마트폰의 외관만 더해 원래 가격의 10배인 299달러(또는 한 달에 30달러)를 지불하는 셈이다. 어떤 제품에 대한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제품을 사는 것은 자본주의적인 해결책이다.

어쩌면 덤폰조차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 세상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우리가 리아나도 아닌데 그 체제에서 나오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자승자박하는 일이다. 정보기술 기업이 적절히 규제될 때까지는 스마트폰과의 관계를 조정하고, 스스로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앱을 지우고,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근무 시간 외에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자. 우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를 이용하게 둘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