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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정원 창고 뒤편

정원 속 아지트의 매력.
글 by Ed Cumming. 사진 by Charlotte Lapalus.

창고는 놀이터로 삼기 알맞은 장소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주로 남자들-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자신들만의 취미에 탐닉하는 장소로 썼기 때문이다. 풍자희극(Follies)이 펼쳐지는 정원 창고(follies)인 셈이다.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저작, 음악, 도자기를 작업하는 예술적 또는 창조적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도자기를 빚는 것이 아니라 빈둥거리며 오후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쓰인다. 정원 창고-주된 거처로부터 분리된 협소하고 임시적인-의 건축학적 정체성은 용도와 관련되어 있다. 창고에 간다는 것은 일상의 번잡함에서 놓여나는 것이며, 꼭 기차 모형 세트를 가지고 놀겠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창고를 짓는 것에 관한 책을 쓴 작가 마이클 폴란은 ‘일상의 자취가 드문 고독의 사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원이 많은 이들에게 판타지라면, 정원 창고는 판타지 속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인들은 정원 창고에 유난히 애착한다. 필립 풀먼, 로알드 달, 버지니아 울프는 모두 창고의 열성 팬이다. 2007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올해의 창고(Shed of the Year) 대회는 전문 건축가를 부끄럽게 만드는 창의성과 열정의 쇼케이스다. 공습 대피소, 취미의 집, 교회 등으로 탈바꿈한 창고들이 등장했다. 작업장, 사업장, 갤러리 등의 형태를 한 것들은 실용성이 돋보였고, 평온과 명상의 안식처로 꾸며진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술 마시는 바의 용도로 꾸며진 것들도 많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창고는 진부한 평판을 내다 버리고 좀 더 세속적인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꽉 막힌 도시에서는 개발제한이 엄격하게 적용되는데, 창고만큼은 건축허가 없이 평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올해의 창고’ 우승자는 다니엘 자브 커즌(Danielle Zarb-Cousin)으로, 모델이면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다. 도저히 진부할 수가 없다.

재택근무가 흔해지면서 평화롭게 일할 공간에 대한 꿈도 커지고 있다.1 고용의 물리적 특성이 진화하는 것인데, 이에 따라 창고가 일과 생활의 경계를 유지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창고로 일하러 가고 창고에서 나오는 것이 퇴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혹은 창고를 물리적 고독뿐 아니라 디지털 고독을 위한 장소로 쓸 수도 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홍수 속에서, 창고는 와이파이나 휴대폰 신호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동굴로 숨어든다고 놀림받는 한이 있어도, 혼자만의 공간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일 터다.

(1)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창고의 용도 전환이 붐을 이루자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2020년에 창고, 차고, 온실 화재가 전년 대비 16%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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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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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창고의 용도 전환이 붐을 이루자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2020년에 창고, 차고, 온실 화재가 전년 대비 16%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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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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