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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갈지어다

'악마의 변호인’이 필요 없는 이유.
글 by Okechukwu Nzelu. 사진 by Charles Negre.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자. 당신은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에 대한 토론에 몰두하고 있다. 아마도 기후 변화에 대한 입장일 수도 있고 고양이보다 개를 선호하는 (나름의) 이유를 말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당신은 탄탄하게 가다듬은 논리를 열정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러다 누군가가 “좋아, 하지만 여기서 내가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역할을 하자면…”이라고 말을 시작한다.

다양한 수사법에서 악마의 변호인 역할은 가장 곤란한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악마의 변호인은 개인적 의견과 상관없이 반대 의견을 상대방에게 제기하는 역할을 한다. 이론적으로 이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토론에서 우리의 입장은 사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지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개인적 이해관계가 거의 또는 전혀 얽히지 않고 사실에 의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은 소중한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다.

사실 이 용어는 감탄할 만한 배경을 갖고 있다. 악마의 변호인의 기원은 16세기 가톨릭교회로 거슬러간다. 당시 교황이었던 식스토 5세는 성인으로 추대할 후보의 기록을 검토하기 위해 악마의 변호인(Advocatus Diaboli) 제도를 고안했다. 가톨릭교회는 사실을 철저히 검증하기 위해 나올 만한 반론을 제기해줄 사람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는 문제점이 있다. 토론은 어느 정도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원래 입장이 무엇이든 진심이 아닌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결코 만족감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악마의 변호인 역할은 사소하고 가벼운 주장을 진지하고 정교하게 구축된 주장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단지 악마의 변호인 역할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을 합리적인 논쟁이라는 정상적인 책임을 무시하게 만든다. 대신 반론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펼치고 원래 의도와는 달리 쟁점의 뉘앙스를 무디게 한다.

토론의 더욱 큰 목표는 진실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찾은 진실로 결정권자들은 정책이나 법률을 만들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할 뿐이다. 우리가 결과가 어찌 되건 사실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솔직히 말하기로 한다면 그 목표에 도달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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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4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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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4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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