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가 되자, 다른 디자이너들이 프린트를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나선 것처럼, 피에르 알렉시스 뒤마와 발리 바레-<에르메스> 우먼의 이전 예술 감독- 역시 카레에 현대성을 도입했다.
다채로운 스트리트웨어의 레퍼런스를 받아들이면서 부르주아의 틀을 깨버린 것이다. 이렇게 <에르메스>는 항상 당대와의 접점을 추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산업의 변혁을 맹목적으로 따르지는 않았다. 마구 제작자로서, 역사적으로 그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고객이 사고를 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으며, 자신들이 만든 제품은 언제든 수선해주는 것이었다. 오늘날, <에르메스>의 전 창작품 역시 수선을 맡길 수 있다.
‘인간 우선’의 철학은 리옹 작업실의 문화에도 스며들어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프린팅 공정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었지만, 기계는 어디까지나 아르티잔, 즉 장인을 돕기 위한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고 하마두는 설명한다. 컬러리스트의 경우, 새로운 색을 디자인하고(<에르메스>의 컬러 차트는 7만 5천 가지의 다양한 색조를 자랑한다) 새로운 조합을 고안해내는 작업을 할 때 공학 기술을 사용하여 색조를 섞기는 하지만, 정확한 레시피를 작업실의 색을 조제하는 ‘조리대’ 위에 안착시키는 것은 그들의 전문성 덕분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프린팅은 기계로 작동하는 스크린과 어느 시점에 어느 만큼의 물감을 부어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인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정교한 춤이다. 그리고 생산 라인의 마지막에서 스퀘어를 접어 올리는 것은 늘 사람의 손이다.
카레 스토리는 산업화로 인해 시작되기는 했지만, 어느 단계에나 장인의 손길이 깃들어 있다. “파리 쪽에서는 예술적인 측면을 살피며, 우리는 원사에서부터 마무리가 끝난 카레에 이르기까지의 제작 공정을 취급합니다. 그리고 <에르메스>가 유통까지도 감독해요.”라고 하마두가 설명한다. “단일화된 경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식의 통합된 시스템이 직원과 회사 간의 관계를 만들어낸다고 그는 덧붙인다. 그에게는 실크 작업이 진정한 사랑의 수고(labor of love, 보수와 상관없이 좋아서 하는 고된 일–옮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