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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마카로니

완벽한 파스타를 찾는 건축가들.
글 by Alex Anderson. 사진 by Romain Laprade.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미래파 예술가와 건축가들은 “이탈리아인에게 더 이상 스파게티는 없다”고 선언했다. 파스타 만들기에는 속도와 과학적 정확성이 필요했기에 미래파 요리는 밀가루를반죽해 각 지역의 소스에 완벽히 어울리는 전통적 형태로 빚는 느리고 뻔한 과정을 용인할 수 없었다. 또한 ‘작은 혀’(링귀니linguini), ‘관절’(뇨키gnocchi), ‘작은 귀’(오레키에테orecchiette)처럼 파스타의 모양을 반영한 촌스러운 속칭들도 참아주기 어려웠다. 1932년에 출판된 「미래파 요리책The Futurist Cookbook」에는 달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법은 실려 있어도 면 요리는 일절 없었다.

그렇다 보니 충실한 미래파라면 누구나 최근의 추세에 경악할 성싶다. 20세기 후반에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들은 파스타를 매혹적인 디자인 오브제로 여기기 시작했다. 1983년 세계 최대 파스타 생산업체 〈바릴라Barilla〉는 산업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를 영입해 새로운 모양의 파스타를 고안했다. 주지아로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곡선과 가리비 같은 요철을 지닌 ‘마릴레marille’를 세상에 선보였다. 다들 그것을 두고 식감으로나 상품으로나 ‘완전한 실패’라고 입을 모았다. 이듬해 경쟁 업체 〈판자니Panzani〉는 디자이너 필립 스탁에게 같은 작업을 의뢰했다. 그는 날개가 달린 정교한 펜네를 만들었다. “미국인과 프랑스인은 파스타를 푹 삶는 경향이 있다. 날개를 달면 두 배로 두꺼워지므로 너무 익혀도 파스타의 80퍼센트는 ‘알덴테al dente’ 상태가 된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스탁의 파스타도 실패했다.

당연히 디자이너들은 형태의 개념을 그토록 아름답게 구현하는 식품의 유혹에 저항하기 어렵다. 건축가 조지 르장드르는 저서 「디자인별 파스타Pasta by Design」에서 전통적인 파스타 형태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파스타가 지닌 풍부하고도 섬세한 가능성을 증명했다. 비슷한 유형별로 정리된 300종 이상의 전통 파스타 목록에는 카펠리니, 콜로네 폼페이, 질리 등의 우아한 직선, 나선, 사선이담겨 있다.

이런 가변성은 디자이너들에게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얼마 전, 디자이너 하라겐야는 여덟 곳의 일본 건축 회사가 고안한 새로운 형태의 파스타를 전시하는 특이한 행사를 개최했다. 실제보다 20배 확대된 크기로 전시된 각각의 형태는 세몰리나, 달걀노른자, 기름, 소금의 단순함을 초월하고자 한다. 〈오헤 타다스〉의 ‘파도-물결-순환-파도타기’는 버터 속을 헤엄치는 연어, 홍합, 가리비와 어울릴 올록볼록한 원반형의 파스타다. 〈아틀리에 조〉의 ‘마케로니’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쪽 엄지와 검지로 반죽을 원통형으로 조금 떼어내어 비틀어야 한다. 익힌 다음 간단한 마리나라 소스를 뿌려 먹는다.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형태의 파스타를 만들겠다는 엉뚱한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링귀니, 파르팔레, 뇨키의 모양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 해도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될 이유는 없지 않을까?미래파의 터무니없는 파스타 금지령이 어떤 디자이너가 누구나 먹고 싶어 할 새로운 파스타를 만들어낼 가능성까지 차단해서는 안 된다.

( 1 ) 2021년 4월, 팟캐스트 ‘스포크풀The Sporkful’의 진행자 댄 패시먼은 파스타 회사 〈스포글리니〉와 손잡고 카스카텔리cascatelli(이탈리아어로 ‘폭포’를 의미)라는 새로운 모양의 파스타를 출시했다. 그는 3년이나 걸려 “소스가 잘 묻고, 포크로 찍기 쉽고, 씹어 먹기 쉬운” 형태를 고안했다

( 1 ) 2021년 4월, 팟캐스트 ‘스포크풀The Sporkful’의 진행자 댄 패시먼은 파스타 회사 〈스포글리니〉와 손잡고 카스카텔리cascatelli(이탈리아어로 ‘폭포’를 의미)라는 새로운 모양의 파스타를 출시했다. 그는 3년이나 걸려 “소스가 잘 묻고, 포크로 찍기 쉽고, 씹어 먹기 쉬운” 형태를 고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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