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디자인을 최소화했지만 샤토에는 독특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거실에는 다양한 국가와 시대의 작품들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 주문 제작한 리넨 소파가 스웨디시 그레이스 참나무 벤치와 나란히 놓여 있고, 오래된 벽토 벽난로가 프란체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의 퍼즐 같은 수채화를 보완한다. 의외의 조합이지만 실제로 사람이 사는 공간 같은 느낌을 준다. 새새틈틈 치밀하게 설계하면서 요바노비치는 자신의 집이 쇼룸처럼 보일까 봐 우려했을까? “아니, 절대 아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모두 담긴 행복한 집, 살면서 어수선해지기도 하는 집이다. 우리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때로 집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집은 내 개성을 반영한다.”
요바노비치의 현대미술 컬렉션이 없다면 샤토 드파브레구아는 지금 같은 집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내부에는 미국의 조각가 리처드 노너스Richard Nonas와 프랑스계 중국인 화가 옌 페이밍의 작품이 놓여 있고, 정원은 행성계에서 영감을 받은 알리시아 크바데의 설치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 그가 가장 애호하는 작품은 클레르 타부레의 프레스코화로, 샤토 예배당 전체를 덮고 있어 완성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면 85명의 어린이가 당신을 응시하는 벽화를 볼 수 있다. 굉장히 강렬한 작품이다.”
샤토 드파브레구아는 결코 완성되지 않으리라는 점에서 요바노비치의 여타 프로젝트와 다르다. 고객이 의뢰한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열쇠를 넘기는 순간에 마무리되지만, 자신의 집을 설계하는 것은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는 과정이다. 일정표나 마감 기한이 없기 때문에 특히 완벽주의자인 요바노비치로서는 그 방대한 프로젝트를 끝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항상 물건을 바꾸고, 방을 다시 칠하거나 가구를 옮기고 싶다.” 그가 말한다. “공간, 조명, 특정 의자를 놓을 위치를 고민하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10대 때부터 그랬다. 내 침실의 가구 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다. 나를 둘러싼 아름다움에 늘 집착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은 깊지만 정식 디자인 교육은 받은 적 없이 독학을 한 사람으로서 그는 경향이나 유행보다는 자신의 직감을 따른다. “학위를 지닌 디자이너들에 비해 나는 원하는 것을 더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이 대체로 이런 자유분방함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요바노비치의 특기는 화려한 겉치레를 지양하고 부드러운 선과 자연 소재로 다듬어진 조화로운 부피감을 만드는 데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취향에 한 가지 변한 점이 있다면 바로 색이다. 그는 초창기의 백색 미니멀리즘에서 벗어났다. 샤토 드파브레구아에서는 건물의 규모를 강조하기 위해 무난한 바탕에 노란색, 짙은 녹청색, 갈색으로 장난스러운 악센트를 주었다. 자신의 맞춤형 접근 원식에 충실하기 위해 그는 각 프로젝트마다 맞춤형 색조를 만들고 조합 페인트는 절대 쓰지 않는다. “어쨌거나 나는 남부 출신이다.” 그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빛, 색, 재미를 좋아한다. 곳곳에 컬러를 추가하면 건축물이 산만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흥미로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19년 빌라 노아이유 기념품 가게 리모델링에서 그는 어느 때보다 남프랑스의 뿌리와 가까워졌다. 코트다쥐르의 로베르 말레 스티븐스Robert Mallet-Stevens이 설계한 건물 내부에 위치한 미술관 상점은 이제 연주황 천장과 샛노랑, 청록, 적갈색이 혼합된 벽이 새하얀 입체파 외관에 뿌려진 강청색과 강한 대조를 이룬다.
대담하게 강조된 색상에서든 폭넓은 가구의 조합에서든, 요바노비치의 최근 작품에는 국적인 순간들이 더 자주 등장한다. 인테리어를 극적으로 구성하는 경향은 그가 주된 영감의 원천으로 꼽는 오페라와 무대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다. “오페라 무대는 작품의 영혼, 음악, 등장인물을 반영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그가 설명한다. “내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공간마다 고객이나 지역에 어울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마침 요바노비치는 최근 바젤에서 베르디의 1851년작 「리골레토」 오페라 무대 디자인을 의뢰받았다. “꿈이 이루어졌다.” 그가 말한다. “나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어왔다.” 예상대로 요바노비치는 작품의 영혼을 존중하는 동시에 21세기 관객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디자인을 구상 중이다. 옛것과 새것을 결합해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 바로 그가 샤토 드파브레구아에 구현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