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

요리사이자 작가, 그리고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조세희는 음식이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함께 맛있는 저녁 식사를 즐기다 보면 세대와 지역을 넘어 모두가 친구가 된다. “전 제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과 요리로 소통을 한다고 생각해요.”

조세희 셰프는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할 때 친구들에게 먹일 케이크를 굽곤 했다.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서 문화 차이나 언어 장벽을 극복하고는 합니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한국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 직접 만든 케이크로 한 대학교의 케이터링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 넘게 셰프의 길을 걸어온 조세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음식을 맛보는 것을 그의 요리 예술 프로젝트인 ‘Soo N’의 목표로 삼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캘리포니아도 봉쇄에 들어갔다. 조세희 셰프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순 미니(Soon Mini)’라는 계획을 세웠다. 팬데믹 초기에 그녀는 친한 친구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해주었는데, 사실 그들도 요리할 시간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를 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다들 요리를 잘 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지 농장과 인연이 있었던 조세희는 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팬데믹 동안 단지 가까운 친구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조세희 셰프는 현재 매주 50건에 달하는 주문을 받으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배송 작업을 하고 있다. “돈은 거의 받지 않아요.” 조 셰프의 너그러움과 따뜻한 마음이 엿보였다. “대신 저희는 시간, 음식, 돌봄, 그리고 사랑을 나눕니다. 이 작은 커뮤니티는 오로지 음식을 나누고자 하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운영됩니다. 이제는 구성원이 늘어나 점차 대가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좋은 식재료를,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판매망을 제공하는 소규모 플랫폼도 구축했다. 플랫폼은 농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직배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농장들은 레스토랑의 요구가 아닌 날씨와 시기에 맞는 작물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키울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을 잘 활용한 덕분이다.

“기술은 저희 ‘순 미니’ 활동에 아주 중요합니다. 기술이 없이는 이 모든 게 불가능했을 거예요.” 조 셰프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케이터링과 푸드 스타일링 일을 하며 식재료 배송 서비스도 운영하는 그녀에게 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그녀는 저녁을 정성껏 차려 먹는다. 밤 11시에 들어왔더라도 말이다. “푸드 스타일링 작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음식은 쳐다보기도 싫어요. 하지만 있는 재료로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일은 제겐 명상과도 같아요. 신비롭기까지 하죠.”

“40명의 음식을 준비하면 40개의 음식이 식지 않고 따뜻한 상태로 테이블 위에 올라가야 합니다. 만약 소수를 위해 요리할 때는 그 음식을 먹을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행운을 빌어줍니다. 뷔페를 준비할 때보다 훨씬 맛있는 음식이 나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