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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링(KNOLLING)

어원: 1987년 프랭크 게리가 운영하는 가구점, 영업이 끝나고 한적해진 오후 시간에 상점 관리인 앤드루 크로멜로가 뭔가를 고안해냈는데, 그것이 지금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보편화된 미학이 되었다. 상점을 청소하다가 연장들을 모아 격자 모양의 패턴으로 배열하는 실험을 해보게 된 것인데, 그는 그 작업 내지 놀이를 당시 게리가 디자인하여 호평받고 있던 가구 브랜드 ‘놀퍼니처’의 특징인 반듯한 각도와 닮았다고 해서 ‘놀링’이라고 불렀다. 오늘날 놀링은 편평한 표면에 사물을 일정한 각도로 간격을 두고 배열한 뒤, 위에서 촬영하는 기술을 주로 가리킨다.

의미: 2000년이 되자, 크로멜로의 ‘놀이’ 열정은 탐미적인 동료들의 레이더망에 속속 포착되었다. 2009년에는 조각가인 톰 삭스가 ‘내 스튜디오의 만트라로 삼겠다.’고 선언했고(올웨이즈 비 놀링), 2010년에는 인플루언서 블로거 토드 셀비가 톰 삭스를 다룬 글에서 이 용어를 소개해 대중에게까지 널리 알려지게 됐다.¹ 또 2013년에는 앤드루 킴이 저서인 90도, 놀링의 경험에서 ‘놀링의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찬양해 마지않았다.

곧이어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그래픽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광고인 들이 너나없이 시각적 활력을 좇아 놀링에 집중했다. 놀링으로 레이아웃하면 식품, 미용 제품, 유명인의 지갑에 든 물건처럼 아주 일상적인 대상물이 의미 있고, 심지어 아름답게 연출되었다.

요즘 일부 놀러들 사이에서 플랫 레이(flat lays, 통일감 있는 여러 아이템을 바닥에 깔끔하게 배치해 진열하는 것–옮긴이)에 각을 덜 주는 경향이 생기기는 했지만, 방법 자체는 1987년 이래로 거의 바뀌지 않았다. 놀링은 크리에이터에게는 사람들의 사고와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한다. 디자이너는 놀링으로 패턴, 형태, 색을 태피스트리처럼 직조함으로써 독자들을 페이지에 머무르게 하거나, 소셜 피드의 무한 스크롤에서 잠시 멈춤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또 광고인들은 아이템을 그룹화하여 하나의 틀을 형성함으로써 연상을 유도해낼 수 있다. 이를테면 스킨케어 제품이거나 등산 장비거나, 그 브랜드의 전 범위를 제시해 보여주면서 소비자들에게 그것들이 모두 다 사야 하는 세트 상품처럼 느껴지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어느 상점 관리자의 디자인 도구가 어느덧 우리 모두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