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 그러면 당신의 정체는 무엇인가?
LPW: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 스물아홉이 되었으니 젊은이 축에 들겠지만 별로 젊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미 이 업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 그런지 29세 치고는 너무 늙어버린 기분이다. 솔직히 내 나이를 제대로 실감해본 적이 없고 예전부터 항상 실제보다 나이가 많다고 느꼈다.
KM: 최근에 겪은 변화 중에 당신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인가?
LPW: 더 이상 주말에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사실 그것은 남편의 아이디어였다.² 일 때문에 늘 어디로 나가서 누구를 만나고 행사에 참가하다 보니 항상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서 그저 혼자 있을 시간이 좀 필요하다 싶었다. 어느새 나는 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 약속을 잡지 않고 홀로 주말을 보내면 재충전된 상태로 일터에 돌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KM: 이 업계에서는 단 한 가지 미의 기준에 주목하며, 이미지를 매우 중시한다. 자신이나 타인들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이미지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요령이 있는가?
LPW: 내 일을 매우 진지하게 대하지만 나 자신을 너무 진지하게 대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는 오래전에 결심했다. 만약 내가 흑인인 자아로 당당할 수 없다면 이런 일을 할 필요도 없고 차라리 식당 종업원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지만 온갖 얄팍한 이유들 때문에 이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이 업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대신 내가 원치 않은 이미지에 집착하는 이상한 풍토를 견뎌야 하더라도 내가 이 일을 하는 동안은 감내할 수 있다. “편집장이 땋은 머리를 하다니 참 용감하네요.” 나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많이 만나보았다. 남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에 얽매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내 자신이 아니라면 같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KM: 폭넓은 배경을 지닌 인재를 채용하는 것과 더불어 당신이 잡지사에서 이미 이뤘거나 앞으로 이루고 싶은 변화는 무엇인가?
LPW: 업계 전반에 실제로 포용성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사람들 표현대로 ‘함께 춤을 추자’고 요청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나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배려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의사결정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그 자리를 영원히 내주어야 한다. 주로 백인들로 채워진 테이블의 구성원들은 실제로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선택한 대로 이행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은 내가 누구를 채용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잡지에서 젊은 할리우드 스타 가운데 누구를 다루는지가 실제로 포괄성에 널리 기여하리라 본다.
유능한 직원을 뽑는 동시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은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방식의 기사를 쓴다. ‘F로 시작하는 단어’라는 시리즈를 낸 적이 있다. F는 뚱뚱함(fat)을 의미한다. 다들 말로는 다양한 신체 사이즈를 촬영한다면서도 55 또는 66 사이즈에 모래시계 몸매를 지닌 모델들만 원한다. 그 정도는 사실 다양한 사이즈를 포괄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77 사이즈가 넘는 테스 홀리데이와 라샤우나이 스튜어드를 모델로 선택했다.
KM: 그런 기사에 개인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독자가 있었나?
LPW: 물론이다. 항상 그런 메시지를 받고 있다. “내가 좀 더 어릴 때 이런 기사가 나왔더라면” 하고 반응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사소하지만 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이 업계에서 유일한 흑인 편집장이다. 다른 사람들과 생김새가 다르다. 표준 사이즈도 아닌 데다 할 말은 거침없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무엇을 입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관심을 갖는다. 내가 특정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는 데도 다 의도가 있다. 인종 차별주의자에 동성애 혐오자의 옷은 입을 생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돌체 앤 가바나〉를 입은 모습은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안다.
젊은 여성들과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은 멋진 일이다. 단순한 옷일 뿐이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그 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이 모든 사소한 선택들이 젊은이들에게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뿌듯함을 안겨줄 거라 생각한다.
KM: 편집장이 된 것이 당신의 스타일에 영향을 주었나?
LPW: 지금까지 거친 모든 직장에서 나의 스타일은 변화를 겪었다. ‘내가 진짜로 입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는 해방감을 느꼈다. 처음에 여기서 보조 편집자로 일할 때 다들 구슬 팔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내 취향은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도 적응하고 싶은 마음에 나도 그것을 하고 다녔다. 나한테는 안 어울린다고 말할 확신이 없었다. 그러다 〈스타일닷컴〉으로 옮겼더니 모두 줄기차게 검정만 입고 다녀서 나도 검정으로 빼입었다. 너무 진지해 보여서 내 성격과는 도저히 맞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더 컷』과 『뉴욕 매거진』에 다닐 때 보니 모두에게 사랑받는 디자이너가 여럿 있었다. 그래서 내게 어울리지 않는데도 그런 브랜드를 사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인생에서 그런 단계를 지나고 나니 사람들 비위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줄었다. 어릴 때는 남의 호감을 사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최근에는 그런 시도를 아예 하지 않는다. (웃음) 나는 이 녹색 〈프라다〉 코트가 괴상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여기는 것 같지만 어쨌든 마음에 든다. 그래서 남들이 뭐라 하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KM: 앞으로 당신이 어떤 영향력을 갖기를 바라는가?
LPW: 나는 마흔에도 깨어 있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진부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이 업계가 좀 더 나은 곳이 되기를 희망한다. 나는 항상 독특한 위치에 있었다. 패션을 공부했지만 글도 썼고, 편집장이 되어도 사람들은 나를 틀 안에 가두려 했다. 하지만 틀 따위는 없다. 나는 이 분야가 한층 더 포용성을 갖고 발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관리직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문화를 꽃피웠으면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