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연방법원 판사 데이브 해트필드는 30년 이상 말라포malaphor를 수집해 거의 10년간 자신의 웹사이트 malaphors.com에 게시하고 있다. 말라포는 은유를 여러 개 뒤섞은 표현을 말한다. 두 개의 관용구를 짜깁기해 익살스러운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다리에 도착하면 그것을 건너겠다I’ll burn that bridge when I come to it”와 “다리를 태우다to burn one’s bridge(누군가와 인연을 끊는다는 뜻)”를 섞은 “다리에 도착하면 그것을 태워버릴 거야I’ll burn that bridge when I come to it”가 그 예다. TV와 라디오의 정치 평론과 스포츠 실황 방송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지만, 누구나 간혹 말이 꼬이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해트필드는 절대 나쁜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언어의 창조적이고 가변적인 힘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BELLA GLADMAN: 당신은 30년간 말라포를 수집했다. 처음에 말라포에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DAVE HATFIELD: 언어를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에 늘 매력을 느낀다. 신임 판사들에게 법을 가르치던 시절에 법률 개념에 노래를 붙였더니 학생들이 훨씬 수월하게 이해했고 오래 기억했다! 예전 직장에서 이런 엉터리 관용구를 즐겨 쓰는 동료를 보고 수집을 시작했다. 은퇴 후에도 취미로 계속하고 있다. BG: 지금껏 흥미를 잃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DH: 불손한 유머 때문이다. 일부 말라포는 언어의 연상 작용 때문에 흔히 나타난다. 이를 테면 “별 소매 없이 들었다I heard it off the top of my cuff”는 “별 생각 없이off the top of my head”와 “소매 없이off the cuff(‘사전 준비 없이’의 뜻)의 혼합이다. 말라포의 예는 끝이 없다. TV나 라디오에서 듣고 내게 알려주는 사람도 꽤 많다. BG: 미디어에서 말라포가 그리 흔한 이유는 뭘까? DH: TV에서는 진행에 빈틈이 생기면 애드리브로 채워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표현은 시간이 흐를수록 진부해진다. 이처럼 말라포는 즉석에서 떠들어야 할 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즉흥적인 발언을 자주 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좋은 예다. 우리 사회는 하고 싶은 말을 좀 더 마음껏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할 말을 찾다가 실제로 딴소리를 내뱉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소는 무엇을 마실까?”라는 질문에 99퍼센트의 사람들은 우유를 먼저 떠올린다. 마치 마음이 쿠키 통에 손을 넣어 서로 다른 쿠키의 깨진 조각 두 개를 골라내는 것과 비슷하다. BG: 영어 원어민이 아니라면 어떨까? DH: 처음 웹사이트를 시작했을 때, 영어를 외국어로 가르치는 프랑스 신사를 포함해 몇몇 외국인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내 사이트를 유용한 영어 학습 도구로 보고 말라포에 포함된 실제 관용구들을 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영어가 제2언어인 사람이라면 두 관용구를 뒤섞는다기보다 관용구를 실수로 잘못 쓸 가능성도 있다. BG: 어휘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 말라포를 쓸 공산이 더 크지 않을까? DH: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말라포는 온갖 상황에 적용될 수 있고 마음 한구석에 묻혀 있다가 불쑥 튀어나온다. 하지만 말라프롭Malaprop은 문제가 다르다. 말라프롭은 단어의 오용으로,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단어를 사용하며 허세를 부릴 때 나타난다. 이를 테면 “내 할아버지는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들어왔다.”가 아니라 “내 할아버지는 캐나다를 통행해 미국에 들어왔다.”라고 하는 식이다. 때때로 말라포가 더 나은 관용구로 거듭나기도 한다. 호텔 재단장을 ‘face-lift(얼굴 주름 성형)’와 ‘makeover(변신)’를 섞어 ‘faceover’로 표현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원래의 두 관용어보다 뜻이 잘 통한다고 생각한다!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사각형의 공간 인터넷의 미학 Arts & Culture 예감 사무소 불길한 예감에 관한 네 가지 질문 Arts & Culture 커버스토리 책 추천사에 얽힌 뒷거래. Arts & Culture 스타의 기용 유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부상. Arts & Culture 쉬는 자리 메모리얼 벤치에 관해. Arts & Culture 시그널 부스트 지위 불안은 어떻게 문화를 충동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