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꾸준히 인용되는 문장은 그 작품을 대중의 인식 속에 살아 있게 만든다. 인용되는 소설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보편적인 진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용하는 악당이 변하듯이, 우리가 책을 읽는 방식도 변화했다. 역사적으로 문학에서 인용하는 좋은 문장에는 영감(“네 자신에게 참되어라.” 셰익스피어 「햄릿」)이나 조언(“죽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살지 않는다는 것이 끔찍하지.”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영속성(“최고의 시기이며 최악의 시기였다.”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독자의 지성을 강조하는 더 깊은 의미의 차원(“시간은 천천히 흐르지만, 빨리 지나가버려.” 앨리스 워커, 「컬러 퍼플」)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찬양받는 문구들은 역사를 거치며 비평가들에게 선별되어, 오랜 시간 문화에 차용되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급부상한 전자책 단말기는 독자의 손에 인용문을 번개처럼 빠르게 만들수 있는 능력을 쥐여주었다. <아마존> 킨들의 ‘파퓰러 하이라이트’ 기능은 독자가 가장 표시가 많이 된 부분을 확인하고, 자신이 표시한 부분도 공개할 수 있게 한다. 그 결과, 책 속 표현들은 집단 사고를 통해 되새겨진다. 한 번의 밑줄은 두 번으로, 열 번으로, 그리고 백 번으로 이어지다가, 마침내 바이럴 인용이 탄생한다. “때때로 사람들에게는 미처 대비할 준비가 되지 않은 일도 일어나니까.”는 최근 10년간 최고의 인기를 누린 작품 중 하나인 「헝거 게임」 시리즈 2권 「캣칭 파이어」에서 인용한 문장으로 31,072번 하이라이트 표시가 되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기억할 만하다고 여긴다면, 틀림없이 좋은 인용문이리라. 과연 그럴까? ‘파퓰러 하이라이트’를 차지하는 대부분은 아름답게 쓰인 명문이 아니라, 냉장고 자석으로 붙여놓을 법한 단상들이다. 그렇다면 문학 작품의 인용을 통제하는 관리자가 필요할까? 아니면 객관성이 소셜 테크놀로지를 통해 걸러질 때 주관적으로 바뀌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일까? 아마도 인용에는 이제 질적인 훌륭함이 요구되지 않는 듯하다. 대신, 책을 읽으며 혼자 밑줄을 긋던 행위가 지금은 공유 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킨들은 지난해 업데이트에서 독자 스스로 선별하는 인용문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갈 기능을 선보였다. 어떤 문구든 표시만 하면 이미지로 변환되어, 소셜 미디어에서 바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작품이 퍼 나르기 쉬운 몇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을 때, 그것이 작가로서 영원히 살아남는 길이라면, 시중에는 머지않아 평범한 뱀파이어들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이 기사는 킨포크 42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구입하기 이 기사는 킨포크 42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구입하기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망가진 아름다움 미술품이 곤경에 빠질 때 Arts & Culture 컬트 룸 혼란과 키네틱 아트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알렉산더 콜더의 작업실 내부. Arts & Culture 바로잡기 위키 백과는 사실상 좋다. Arts & Culture 마주치는 사람들 가벼운 지인의 깊은 의미. Arts & Culture 정원 창고 뒤편 정원 속 아지트의 매력. Arts & Culture 피어 리뷰 큐레이터 알랴 알물라가 알제리 예술가 바야 마히딘의 업적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