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아파트가 박물관처럼 꾸며둔 루이 14세 시대의 집이라는 말은 아니다. 슈넬 부부가 페인트칠한 천장을 복원하기는 했지만 공간은 근현대 예술품과 세심하게 고른 디자인 소품으로 채워져 있다. 거실을 곡선으로 감싼 피에르 오귀스탱 로즈의 소파와 다이닝룸에 놓인 마리오 벨리니가 디자인한 카시나 테이블이 그 예다. 물건을 올려둘 수 있는 받침으로 사용하기 위해 코린토스 양식의 기둥의 가장 윗부분인 주두를 거꾸로 배치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대 유물들은 근현대 가구들과 조화를 이루며 부부의 신중한 접근법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카탈로그를 보며 생김새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구매하는 일이 절대 없습니다.”라고 글래디스가 말한다. “모든 물건 뒤에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들은 여러 예를 들어 이를 설명한다. 피카소의 도자기는 역시 예술품 딜러였던 올리비에의 아버지가 판매하던 도자기들과 유사했으며 에마뉘엘 레정의 사실적인 사원 그림은 글래디스와 올리비에가 만난 니스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들의 아이들이 유니콘의 엄니라고 생각했던 일각고래 엄니는 가족 모두에게 소중한 앤틱이 되었다. 그들이 고대 조각품과 함께 현대미술, 디자인, 사진 전시회를 종종 여는 갤러리에서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고대 유물들을 활용하는 그들의 접근법은 전통적이며 엘리트주의적인 것으로 여겨온 특수한 분야의 먼지를 날려버리는 신선한 바람과 같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대 유물과 사는 방법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이 박물관에만 있을 필요가 없어요.”라고 올리비에가 말한다.1 “그리고 이러한 물건들과 함께 사는 것은 크나큰 기쁨입니다.”라고 글래디스가 덧붙인다. “같은 물건이라도 오전의 햇볕을 받은 모습과 오후의 모습은 항상 다르지요. 우리는 휴가를 갈 때도 한두 점을 챙겨 갈 정도입니다.” 고대유물 수집은 그리스, 로마, 이집트 유물의 소유자를 고대 문명의 높은 이상과 동일시하던 19세기에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들이 23년 전 갤러리를 열도록 영감을 준 고대 조각품에서 느낀 경이로움과 열정에 뿌리를 둔 올리비에와 글래디스는 그보다 훨씬 더 겸허한 태도를 취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건축 유물의 파편들을 사랑합니다.”라고 올리비에가 말한다. “이 작은 조각에서 우리는 웅장한 건물의 규모와 정신을 상상할 수 있어요.” 올리비에와 글래디스의 집에서는 창조된 이래로 여러 소유자와 장소를 거쳐온 고대 유물에서 길고 긴 세월을 느낄 수 있다. 그중 상당수는 2,000년도 더 이전의 작품들이며 앞으로도 긴 시간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조각품들의 수호자들일 뿐입니다. 한두 세대가 지나면 우리는 사라지겠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물건들이 우리를 통해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라고 올리비에가 말한다. “우리가 갤러리에서 유물의 이력 조사를 하면서 『코네상스 데자르(Connaissance des Arts』 또는 『건축 다이제스트(Architectural digest)』의 예전 호에서 유물의 사진을 발견할 때가 최고의 순간입니다.”라고 글래디스가 덧붙인다. “아마 50년 후에 사람들이 잡지를 보다가 이 물건이 한때 이 집에 있었다는 것을 본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