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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업
Level Up

「나무」시리즈에서 사진작가 이명호는 홀로 선 나무 뒤에 흰 캔버스를 배경으로 세웠다.

비디오 게임이 현실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Words by Tom Faber. Photograph by Myoung Ho Lee.

앞길은 깜깜하다. 우거진 나무가 하늘을 가렸고 이파리 하나하나가 마치 진짜처럼 생생하다. 발밑에서 자갈이 으드득 소리를 낸다. 당신의 추격자들은 멀리 있지 않다. 앞쪽에 두 갈래 길이 뻗어 있다. 왼쪽에는 저 멀리 별빛 반짝이는 호수가 펼쳐져 있고 호숫가에는 작은 배 한 척이 당신을 유혹하듯 까딱거리고 있다. 오른쪽은 덤불 위로 담장이 불쑥 솟은 막다른 길이다. 당신은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

노련한 게이머라면 모두 오른쪽으로 향할 것이다. 게임의 진행에서 만약 어느 한쪽 길이 뻔히 앞으로 나아가고 싶게끔 설계되었다면 반대쪽을 택해야 한다. 보물은 바로 그쪽에 숨겨져 있으니까. 아무리 직관에 어긋나는 듯이 느껴져도 당신은 잘못된 길부터 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대부분의 게임은 직선적인 스토리(하나의 결말로 이어지는 하나의 경로)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잘못된 길은 사실 에두르는 길이다. 그러니 우회로를 택해 숲속을 살펴보자. 그래도 당신은 결국 호수에 다다를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목적지에 이르게 되어 있다.

당신이 주인공이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게임은 인생과 같다. (그리고 책이나 영화와는 다르다.) 물론 그런 선택에 진짜 심각한 결과가 따르지는 않으므로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적에게 바짝 뒤쫓기는 상태로 갈림길에 이르러도 당신은 여전히 잘못된 길을 택할 수 있다. 적이 당신을 따라잡아 무심히 당신의 목을 벤다 해도 몇 분 후 체크포인트에서는 멀쩡하게 부활한다. 다시 도전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관대하지 않다. 단 하루 동안 내린 수많은 결정이 당신을 다른 미래로 유도한다. 그렇게 많은 선택으로 쌓인 중압감은 우리를 짓누른다. 시시각각 무지막지한 효율성을 내세우며 인생 전체를 최적화하도록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게임 세계의 길찾기에는 뭔가 배울 점이 있는 듯하다. 게임은 항상 제1단계부터 탐험해야 한다. 그곳은 게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철저히 실험을 해야 하는 공간이다. 그곳은 탐험에 시간을 투입하면 예기치 못한 보상을 얻는다고 가르친다. 보상이란 결승점을 향해 서둘러 나아가기만 하면 놓칠 수 있지만,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고 조금만 더 멀리 움직이면 누릴 수 있는 영광의 순간이다.

그렇다 해도 위험을 무릅쓰는 정신이 인생의 모든 상황에서 권장되는 것은 아니다. 진지한 고민과 굳건한 결심이 필요한 결정도 있다. 리로드 하고 다시 시작할 버튼 따위는 없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더 유익한 교훈을 주는 디지털 환경은 따로 있다. 어쩌면 외계 행성들이 행성 간 탐험가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게임은 우리의 시야를 넘어서는 곳을 바라보면 인간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또는 아주 미약한 단서만을 이용해 플레이어들을 광대한 사막으로 이끄는 난해한 게임도 있다. 그런 게임에서 우리는 행동 방향을 선택하기 전에 어떤 상황의 세부 정보를 모두 관찰해야 한다. 뾰족한 모래언덕의 각도나 쓸쓸한 독수리의 그림자가 우리를 집으로 안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끝없는 굴곡은 가로로 스크롤하는 구식 비디오 게임에서 가장 단순하게 제시된다. 독서의 논리를 따르는 이런 게임에서 당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마리오는 구름 위로 뛰어오르거나 깊은 바다로 뛰어내릴 수 있지만 뒤로 돌아갈 수는 없다. 우리처럼 마리오에게도 앞으로 나아가는 단 하나의 방법밖에 없다.

게임 전략

비디오 게임은 우리에게 실제 세계의 문제에 대해 가르쳐준다. 2005년에 온라인 판타지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갑작스러운 업데이트에서는 소울플레이어 하카의 지하 감옥을 탈출하기 위해 전염병인 ‘오염된 피’를 이 가상 세계 전역에 퍼뜨렸다. 주요 도시의 낮은 등급 플레이어들이 단 몇 분 만에 전멸했다. 북적이던 시장터가 해골이 쫙 깔린 유령 도시로 변했다. 평소 같았으면 힘을 합칠 사람들이 외진 곳에 스스로를 격리했다. 이 사건은 실세계 전염병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들은 그것을 인간이 전염병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 연구로 이용했다. 그들은 치유자에게서 용기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감염자에게 접근한 수백 명에게서 뜻밖의 잔인한 호기심을 발견했다.

게임 전략

비디오 게임은 우리에게 실제 세계의 문제에 대해 가르쳐준다. 2005년에 온라인 판타지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갑작스러운 업데이트에서는 소울플레이어 하카의 지하 감옥을 탈출하기 위해 전염병인 ‘오염된 피’를 이 가상 세계 전역에 퍼뜨렸다. 주요 도시의 낮은 등급 플레이어들이 단 몇 분 만에 전멸했다. 북적이던 시장터가 해골이 쫙 깔린 유령 도시로 변했다. 평소 같았으면 힘을 합칠 사람들이 외진 곳에 스스로를 격리했다. 이 사건은 실세계 전염병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들은 그것을 인간이 전염병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 연구로 이용했다. 그들은 치유자에게서 용기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감염자에게 접근한 수백 명에게서 뜻밖의 잔인한 호기심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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