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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알약 하나로
한 끼 식사를

공상과학 속 주식에 대하여.
글 by Allyssia Alleyne. 사진 by Pratos by German Lorca.

1893년, 미국의 여성참정권 운동가이자 인민당원이었던 메리 E. 리스는 음식이 없는 세상을 상상했다. 시카고 세계 박람회를 앞두고 미국언론협회에 기고한 글에서 그녀는 1993년을 자신이 꿈꾸는 유토피아로 묘사했다. 바로 한 사람이 식물성 알약 하나만 먹으면 며칠을 버틸 수 있는 세상이었다. “누가 무엇을 요리할지의 문제는 이렇게 해결된다.” 그녀가 본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피할 수 없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노동이었다. 가족에게 먹거리를 제공할 의무가 여성들에게 있던 시절, 식사를 대체할 알약은 여성들이 가정의 족쇄에서 벗어나 남성이 지배하는 공적 영역에 진입할 수 있게 하는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수혜자가 여성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리스는 그런 알약을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고, 하루 세 시간 노동으로 충분하며, 돈을 축적하는 사람들을 범죄자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개화된 사회의 특성으로 보았다.

1993년은 왔다가 지나가고, 식사대용 알약은 공상과학의 단골 장치가 되었지만(「우주가족 젯슨」, 「닥터 후」, 「스타트렉」 등) 리스가 상상한 식사 없는 미래는 실현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과 식사를 좋아할 뿐 아니라 과학도 아직 그런 상황을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똑같은 개념의 제품은 아니지만 식사대용 분말과 〈휴엘〉, 〈소일렌트〉 같은 음료(실제로 요리하는 번거로움 없이 한 끼 식사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제공)는 화학물질을 통해 식생활을 개선한다는 리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다.¹ 하지만 그 확산은 그녀의 바람과는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자유 시간과 해방 대신, 식사대용품은 실리콘 밸리에 의해 미화된 ‘과로’라는 남성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긴 점심시간, 주3일 근무, 휴가 중에는 이메일을 절대 확인하지 않을 거라 경고하는 산뜻한 부재중 메시지 등 생산성보다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온갖 문화와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요리와 식사에서 아낀 시간은 여가와 가정생활이 아니라 리드가 그토록 줄이기를 희망한 노동 시간으로 돌아갈 태세다. 그렇다면 그녀는 음식이 없어진 세상이 아니라 남는 시간이 늘어난 노동 시간으로 인식되는 세상을 상상하는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음식 자체는 절대 문제가 아니었다. 재평가되어야 할 것은 우리와 여가, 노동과의 관계다.

(1)

〈휴엘〉은 인체에 필요한 모든 비타민과 영양소를 제공한다고 주장하지만 셰이크와 분말만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음식의 감과 그 사회적 맥락이 식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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